질풍노도의 서른 후반쯤..
점점 잊어 버리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잃어 버리는 것들도 늘어가는가 보다.
나도 모르게 "일상"이라고 정의해 놓은 하루에 떠밀려,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렵고
체온을 담은 말한마디 전하기가 무서웠나 보다.
"일상"
그렇게 편하게 말이야..
오랜만에 내 배위에 올려두고 잠을 재웠다.
훌쩍 커버린 딸아이의 무게가 가슴으로 담겨온다.
어두운 아침에 나갔다 깜깜한 밤이 되어 돌아오는
조급한 삶이 일상이란 이름으로 되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그런 삶이 서른 후반을 들어선 남자의 일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아이를 품은 삶의 무게가
첫째 아이를 품은 삶의 무게에 더해질 때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이 만한 나이, 알만한 나이에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른 하루와 다르지 않았는데...
틀리지 않은 일상에 또 하루를 더하는 날이었는데...
불쑥! 오늘 만큼은 내 안사람과,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싶어졌다.
식구들과 모여 앉아 저녁을 함께 먹는 일상
衚衕居室 131 / 李彦瑱(호동거실 제131수/이언진)
白日轣轆西墜(백일역록서추)
此時吾每欲哭(차시오매욕곡)
世人看做常事(세인간주상사)
只管催呼夕食(지관최호석식)
밝은 해가 삐걱 삐걱 서쪽으로 떨어질때면
이 때마다 나는 울고 싶어 진다네
세상 사람들이야 늘 그런 것이라 여기면서
다만 저녁밥 먹자 재촉하네
역관이라 집떠나와 여기 저기 다녔을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먼 타국에서 아름답게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똑같은 풍경으로 지고 있을 고향집의 해져무는 풍경을 그려본다. 둥근 저 해가 삐걱 삐걱 소리를 내는 것은 고향집의 익숙한 얼굴이 떠올라 울먹이고 있는 내 울음 소리를 감추어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있는 사람들은 한두번도 아닌데 뭐 별스럽게 그러냐며 밥이나 먹자고 한다.
다만 나는 나의 눈으로, 지금의 상황으로 시인의 목소리를 바라본다.
오늘도 신나는 야근에 저녁 식사를 주문해야 할까?
소소한 삶을 기억하고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해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함께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소소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약간은 부담 스럽지만 누구보다 빠른 퇴근을 하며 질문해 보았다.
언제쯤 어른답게 자신있게 처신 할 수 있을까?
답은... 난 아직 철이 덜든 질풍노도의 삼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