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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by 진이

살면서, 아니 살아 내면서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좁디좁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해본다.


난 괜찮아

아빠는 괜찮아



아침잠과 사투를 벌이는 딸들과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안사람을 바라본다. 틀어져 버린 '남편'의 일정에 똑같이 틀어져 버린 '직장맘의 하루' 계획이 민망해진다. 원더우먼을 바라는 시선 속에 오늘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지 않은 안사람에게 세뇌하듯이 등을 토닥이며, 늦은 출근을 핑계 삼아 집을 나선다.



누구의 잘못도 없다. 알면서도…


살아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기대하고, 욕심을 내고, 반복되는 패턴에 실망하게 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난 안 괜찮은데…'

이 말을 하고 싶었을 텐데, 결국 탈이 나 버렸나 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직장맘의 지친 팔다리로 두 딸들이 안긴다. 평소보다 분명 길어진, 어제와 같은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어지러운 책들과 구석구석 나뒹구는 장난감 조각들로 마음도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모양이다.


'소화불량'이라는 자가 진단을 전해 듣고, 약을 사들고 왔다. 애들 밥 먹이고 완전히 방전된 상태로 쓰러진 듯 누워있는 안사람에게 약을 건넨다.


사람 여럿 살린 명약이라고 하던데. 이거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이 놈의 괜찮다는 말은 왜 이리 습관적으로 나오는지.

하루하루가 벅차게 밀려오는 요즘.

가끔은 힘들다고,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괜찮아요. 안 괜찮을 땐 힘들다고, 너무 힘들다고 말해요. 말하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예요.


아... 이 놈의 괜찮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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