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 그리운 사람아.
가지런히 놓아둔 하얀 솜 뭉텅이 같다.
단단하게 닫힌 현관문 앞에서, 나란히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강아지 두 마리.
강아지 모녀의 눈은 굳게 닫힌 현관문을 향해있다.
이따금 한눈을 팔며 밥그릇을 핥는 어미와 달리, 딸 강아지는 한숨 소리를 내며 아예 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뒤에서 들리는
따그락 따그락
밥그릇 핥는 소리에 가끔씩 뒤를 돌아본다.
가득히 채워진 밥그릇 사이로 항상 엄마의 식탐을 피해, 자기 밥그릇을 챙겨주던 손길이 그리워졌는지 모르겠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신 큰 이모는 생각보다 씩씩하게 다리를 내어 놓으셨다.
세월이란 무게에 힘겹게 버티다 휘어진 다리가 정말 곧게 뻗어 있었다. 경과도 좋은 편이라 다른 쪽도 곧 수술일정을 잡아 두었다고 한다.
재활운동과 소독을 끝내고 다시 병실 침대에 앉아서는, 잠깐이지만 호사를 누린다며 웃고 계신다.
밥을 차려 달래나 옷을 달래나 세상 편한다
큰 이모의 말 마따라, 근래 보아온 얼굴 중 가장 뽀얗게 피부가 빛을 내는 것 같았다.
10살 터울이 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와 닮아가는 큰 이모 얼굴에서, 문득 내 어린 두 딸들도 시간이 지나면 왠지 다정스럽게 보일 '서로 닮은 주름'을 가지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의사 큰아들 자랑을 하기도 하고, 살갑게 왔다가는 막내아들 자랑도 하며 병원생활을 보내지만 집에 돌아갈 날자를 손꼽아 보신다. 큰 이모를 기다리며 "밥 달래 옷 달래" 할 이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엄마에게 밥그릇을 뺏기고 있을 딸 강아지가 가장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풀 죽은 눈빛으로 문 앞에 물먹은 솜처럼 붙어 있겠지.
삑삑 삑삑
그러다 익숙한 도어록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그리웠던 목소리와 냄새.
꼬리를 흔들고 펄쩍펄쩍 뛰며 낑낑대며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로 반길 테지. 무뚝뚝하게 커버린 손자 놈들은 보여주지 못할 반가움을 그 조그만 몸을 마구마구 흔들며 온몸으로 보여줄 테지.
오랜만에 방안 곳곳에 목화솜 굴러다니는 걸 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