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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마운 사람에게

네. 바로 당신입니다.

by 진이

고맙습니다.

잠깐인 것만 같은 시간 동안, 우리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있네요. 고마워요.






사랑하면 통신비가 많이 나온다. 대화하니까.

대화의 내용보다는 대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니까. 잠깐 사이에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생기고, 습관처럼 편안한 그리고 쉽게 잠들 수 있도록 하는 나른한 목소리가 듣고 싶어 진다.


하루 중 대다수의 시간을 쉼 없이 주고받는 전화통화들.

생계를 위한 그런 전화 통화들 속에서 다음 기회가 있다면 서비스업종은 피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 아닌 “상대”와 “대화”아닌 “통화”의 오고 감이 가시지 않는 피곤함을 더해 준다.


사랑하면 복리후생비가 많이 나온다.

여기저기 색다른 이벤트들이 가만 두지를 않는다.

무슨 데이, 또 무슨 데이.

발랄해 보이기까지 하는 언어유희와 합에, 상술이니 뭐니 해도 손길이 가는 것을 막기 힘들다. 꼭 무슨 날이 아니라 과자 하나에도, 어제와 다른 내일을 위해 의미를 주고받으려 하는 것들. 이런것이 아마 그 본뜻이겠지.


그래도 말이야. 뭐니 뭐니 해도 내가 바라본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다림이다.


곁에 없어도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

날 기다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런 기다림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 벅차게 만드는 묘약인 듯하다.


아주 잠깐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이란 게 주책없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불쑥불쑥 그 얼굴을 들이민다. 손주가 보고 싶고, 아들이 보고 싶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국의 땅에서 돈을 벌면서 자신을 기다릴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오죽할까. 그런 기다림이 가슴 한 곳을 가득 채워서 오늘 하루를 단단하게 채워 나가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금 싸늘한 날이 시작된 11월 중순이다. 이불 밑에서 시곗바늘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탈피해서 나도 내일 아침이면 사랑할 그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그런 하루로 눈떴으면 좋겠다.



언제 적 11월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났고, 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람들도 매일 만나고 있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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