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다른 곳은 없을까?
삼상사(三上思)?
"생각하기 좋은 장소" 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혼자만의 공간"일 확률은 높다.
두 명 이상이 함께 하면 왠지...
민망해진다.
신입사원 시절 유독 만나기 힘들다는 사장님을 화장실에서 자주 마주쳤다. 일단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큰소리로 인사를 했었다. 그땐 잘 몰랐다. 사장님의 손이 어색해한다는 걸.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화장실이라고 하여도, 물론 옆칸 주의는 필수,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구시렁구시렁거리는 스타일만 아니라면 별로 큰 문제는 없지 싶다. 좌변기 칸 문 뒤로 나의 우렁찬 인사가 어쩌면 '사장님이 화장실 출몰하셨으니 긴장 풀지 마세요'라는 신호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공공장소거나 개인 집이거나, 잠시 잠깐이겠지만, 쉽게 소유하기 힘든 공간과 시간중에 "나만의 공간과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 화장실 인 것 같다. 화장실이라는 어감이 씁쓸하다면, 개인 대기실도 좋고 개인 용무실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개인 생각실"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가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부르고 답할 수 있는 모습이 옳은 것처럼 되어가고 있는 요즘. 분리되어 있고 한발 더 뒤돌아 물러나 있고 싶은 마음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회사에서도 사람에 치이고 , 집에서도....음... 화장실 2개인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화장실을 찾게 되는 시간은 꼭 생리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 잠시 잠깐이지만 침범당하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방공호가 되어준다. 문고리 하나로 외부와 단절될 수 있는, 그리고 외부에서도 '똑똑'소리내어 건드리기에는 쫌 인정상 거시기한 장소.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는 모습은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는 고민의 시간처럼 비춰보이기도 한다.
우습게도 그러면서도 손에서 놓치 못하는 휴대용 디바이스들.
단절을 바라면서도 연결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소심함.
단절과 연결, 그사이를 오가는 작은 생각들이 화장실 한 칸에 모락모락 피워오는 오늘 하루의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