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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하는 사람이.. 머리가 그게...

왁스 바른다고 달라지진 않겠지만..

by 진이
영업하는 사람이.. 머리가 그게 뭐고!

그러게 말이야.

내가 너무 정신없이 온 모양이야.


에헤... 오지 말라 카니까. 밥 먹어라 밥 먹어.


회사 들어가야 된다. 물이나 마실께.


그니까 오지 말라카니까. 밥 먹을래?


괄괄한 시골 할머니처럼 투박하기만 한 입에 잔정을 가득 담아 말한다. 그런 친구의 말에 중얼 거리듯 말을 흐린다.


그래도 와야지..


착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정이 있는 사람은 확실하다.


어찌도 아니고 우찌 살고 있냐는 말에 상중이라는 것 마저 잠시 잊어버리고 웃고 말았다.


20살 정도의 학생으로 만나 누가 보더라도 "아저씨"에 접어든 지금 모습. 그래도 재수 없이 들어가서 내가 좀 더 젊다고 말한다. 학생일 때도 그랬지만, 참 세상살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경조사가 있어야 한번 볼 수 있을까 하는, 이미 합의된 것 같은 무심함을 마주하며 맞절을 했다. 생전 뵌 적 없는 친구의 아버지는 또 그렇게 낯익은 모습으로 웃고 계셨다. 나를 닮은 누군가가 이렇게 웃고 울고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편히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잠시 앉았다 간다며 자리를 옮겼다. 점심때에 찾아와서 그런지 한가한 모습에 이런저런 말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새 나이가 든 것인지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밥 먹어라. 더 먹어라. 또 먹어라.


20살 젊음이 아니라고 사양하면서도 나오는 대로 잔뜩 집어 먹었다. 미리 예정해 두었던 시간을 좀 더 지나쳐 일어섰다.


잠깐만.. 영업하는 사람이..

돌아오는 차 안에 노란색 왁스 한통이 놓여 있다.

언제 다 쓸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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