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졸업을 축하합니다
며칠 전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갔다 왔잖아.
우리 두 딸들을 반기며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 기억나니?
누군 누굴 닮았고 또 절대 나는 안 닮았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얼굴 바라보며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근데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이 조금 힘들었어. 아빠의 아빠, 아빠의 엄마 얼굴에 주름진 모습이 낯설었거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손을 잡아드리고 "천천히 조심해서"라고 말하고, 찻길에서는 "차조심" 하라고 말씀드렸단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 예자매처럼 어린이도 아닌데 말이야.
아빠가 학교에 가고 졸업을 하던 때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한분은 꼭 계셨던 것 같아. 손을 잡고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교실에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 보던 장면이 얼핏 생각나네.
우리 딸 어린이집 졸업하는 날을 앞두고 생각해보니까, 아기띠에 안겨서 선생님 손이 아닌 품에 안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던 아기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빠 혼자서 시작하고 또 끝마치고 한 날보다는, 늘 곁에 같이 해주던 아빠의 아빠, 엄마, 누나들이 있었던 것 같아. 지금 우리 딸 옆에 우리 가족이 있는 것처럼..
바쁘다는 핑계를 가끔 하겠지만..
아빠도 우리 딸이 시작하고 마치고 또 시작되는 기억 속에 같이 손잡고 있는 풍경이 되고 싶어. 끝인 것 같지만 다시 시작하는 우리 딸의 첫 번째 행사를 축하한다. 더 꼭 안아 줄게.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 우리 두 딸들이 아빠한테 "차조심하고 천천히 조심조심" 하라고 이야기할 때가 오겠지. 기다리지 않아도 벌써 다가와있는 것만 같아.
그게 아주 조금은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