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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것들만 있다면

by 진이

엉뚱한 질문에 가끔 숨 막히는 내상을 입을 때가 있다. 특히나 그 질문이 딸아이에게서 나올 때는 더 하다.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아빠 뭐해?

여지없이 벌컥벌컥 열리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두 눈이 마주친다. 일어서다가도 황급히 도로 앉아서 옷 매무새를 경건하게 챙긴다.


문이라도 잠그고 있다 보면 여지없이 들려오는

아빠 뭐 하려고~
나 아빠 보고 싶어서 그래

자유자재로 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4살 아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아련한 자태의 아빠를 바라보며 웃음 짓고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가버린다.


어린이집에서 또래 아이들과 배우는 것들이 늘면서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 쑥스러운 것들도 물어볼 때가 많아진다.


아빠. 똑바로 말해야지.


받아쓰기 연습을 한다는 7살 아이는 아빠의 한글 발음이 마땅치 않은가 보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그렇게 발음했는데..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쓴다는 현대 서울말에서, 교양이 부족한 것인지 오래된 서울말을 장착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새삼 맞춤법, 띄어쓰기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며 문서작성 프로그램의 고마움을 느낀다.



가슴이 왜 뚱뚱해?

이제 우리 딸들도 컸구나. 몸에 대한 궁금증과 아이와는 조금 다른 어른들의 몸에도 관심을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아빠. 가슴이 왜 뚱뚱해?

인가 말이다..


몇 년간의 지나온 날들이 후다닥 지나간다. 그때 먹은 닭님 때문인가? 아님 수많은 밤을 함께했던 술님? 닭님과 술님이 내게 그럴 리 없다며 부정에 부정을 더한다. 그렇게 긍정된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안일함에 대한 후회가 뒤섞인 묘함 울림이 일어난다. 다시 한번 가지런히 두 손을 가슴에 모아둔다. 그리고는 죽은 척 눈을 뜨지 않았다.


딸들이 보내는 이유 있는 질문들에 웃기도 하고 생각하며 돌아보기도 한다.


딸들아. 고맙다. 아빠 열심히 살아볼게.
질문은.. 조금씩만 받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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