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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Dec 29. 2022

때로는 과감해져야 한다

나한테 맞는 직업은 세상에 많다.

날고뛰는 개발자가 많은 요즘, 연차는 쌓이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인 주변 개발자들의 문의가 최근 들어서 심심치 않게 오고 있다. 나는 햇수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력이 전혀 늘지 않은 개발자라고 하기에는 창피한 코더로 살았다.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 온갖 욕설과 수치심을 주는 말들을 들어가며 버티다 보니 결국 얻은 거라곤 공황장애라는 정신과 치료였다. 그때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이 길을 관둬야겠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자라는 연차를 버리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받아왔던 연봉보다 훨씬 아래 수준으로 받아야 했으며 다시 신입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그래도 나는 개발자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고 현재 일하고 있는 직무가 잘 맞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개발자 시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칭찬을 직무를 바꾸고 나서 듣게 되었다. 


개발자 5년 이상부터는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연차다. 그리고 신입들을 키워야 하는 연차이기도 하다. 신입 시절을 생각해 보면 형편없는 사수들을 보고 뒷담을 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저렇게가 내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신입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아웃풋에 대한 압박은 정말 견디는 게 용할 정도로 힘들다. 애매한 실력 역시 독이다. 잘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닌 것. 이마저도 주변에서 수군거리고 험담에 오르내리는 타깃이 된다.


본인의 연차와 현재 위치를 잘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 개발자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애매하다 싶으면 피나게 노력해야 할 것이고, 사방에서 매일 같이 잔소리와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관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길 권한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서, 연차가 어느 정도 차서 옮길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세상에 널린 게 직업이다.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라. 당신이 빛을 낼 수 있는 직업은 세상에 많다. 꼭 개발자가 아니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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