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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Feb 27. 2023

내 마음대로 하기

내 마음대로 하는 게 뭐 어때서?

사진 출처 : unsplash


주말에 나는 어김없이 약을 타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다. 한 주 동안 어땠는지 물어보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최근 가장 고민이었던 것을 털어놓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하기 싫어졌어요. 집에 오면 무기력하게 누워있고 유튜브를 보다가 잠이 드는 날이 많아졌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너무 규칙적인 생활에 얽매여도 안됩니다. 그 규칙적인 생활에 압박감이 생기면 어느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려요. 규칙적인 생활은 기본적인 것만 하시고, 자기 계발, 하루에 몇 장씩 책 읽기 등은 꼭 안 지켜도 되니 조금 느슨하게 마음을 풀어주세요."


그렇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꼭 지켜야 하고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꼭 책을 읽는 것,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을 항상 스케줄러에 적어 놓고 실천 시 빨간색 볼펜으로 줄을 긋는 것을 만족해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빨간 줄을 긋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고 급기야 빨간 줄이 아예 없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압박감이었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압박감. '나는 게을러서 그래! 무조건 이것만큼은 지키자!'라는 압박감 때문에 정신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주말에 병원을 다녀온 뒤 나는 스케줄러에 '내 마음대로 하기'를 적었다. 원래 취미였던 사진 꾸미기를 몇 개월 만에 했더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평소에 자지 않았던 낮잠도 조금 잤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고 청소를 하니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무조건 계획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구나. 나에겐 이게 더 맞는구나.'


그때부터 하루에 꼭 해야 할 일들만 스케줄러에 적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준비 등은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빠지지 않았고 책 읽기는 내가 보고 싶은 책 먼저 읽는 순으로 정했다. MBTI로 따지자면 즉흥적인 P이지만 계획적으로 사는 F와 섞여서 지내보자는 게 나의 새로운 다짐이다. 너무 꽉 묶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느슨해져도 안 되는 일상. 나는 다시 한번 무기력에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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