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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Nov 12. 2022

Q : 일할 때 키보드가 뭐가 중요 하니

여러분의 키보드는 안녕하신가요?


A : 네. 중요합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만지는 게 키보드인데 안 중요하겠어요?


저는 키보드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키보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예민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키보드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 출시한 키보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 정도로 키보드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특이한 키보드 수집 마니아였던 이전 회사 후배 때문입니다.


당시 같은 프로젝트에 있던 팀원들 대부분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은 한 분을 제외 한 모두가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있었고, 사업관리팀, 기획자 분들도 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나누어주는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후배의 추천으로 큰맘 먹고 비싼 키보드 하나를 사게 되는데, 제 생의 첫 기계식 키보드는 ‘레오폴드’ 사의 텐키리스 키보드 중 하나였습니다. 키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었고 타건감이 좋아 일할 때가 기다려질 정도였으니까요.


어느 날 키보드 마니아 후배가 특이하게 생긴 기계식 키보드를 들고 출근했습니다. 이런 건 어디서 구매하는지 물어봤더니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서 구매했다고 합니다. 가격도 비싼 편인데 키보드가 너무 예뻐서 샀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였을까요? 저의 키보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특이하고 이쁜 키보드는 밥을 굶을지언정 꼭 사야 했습니다. 옷 사는 비용, 밥 먹는 비용, 외식 비용, 기타 바용 등을 줄여서 오로지 키보드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나중에는 그 후배보다 더 심해져서 주변 직원들이 뜯어말릴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신상이 올라오면 제 눈에 예쁘고 가격대가 괜찮다고 생각되면 하루 이틀이라도 고민하고 사던 패턴이 없어지고 바로 사버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쓰다가 질리면 당근 마켓으로 판매를 하는 패턴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 성격이 물건에 대해서 빨리 질려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키보드도 예외는 아니었죠. 그래서 현재까지 사고, 판매하고를 반복한 키보드만 수십 개가 됩니다. 솔직히 돈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고, 쓰고, 팔고를 무한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키보드가 일하는데 중요하냐 물어보신다면 저는 맞다고 봅니다. 하루 종일 타이핑을 하는데 키보드만큼 좋아야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직업 특성상 문서 작성을 많이 하다 보니 더욱더 타건감이 좋고 예쁜 키보드를 찾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키보드를 잘 사지 않는 편입니다. 정착해서 쓰고 있는데요. 현재 회사에서 쓰고 있는 키보드는 레오폴드 사의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고, 집에서는 한성컴퓨터에서 나오는 무접점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맥북을 쓰고 있으니 매직 키보드는 필수로 가지고 있고요. 얼마 전에는 로지텍에서 나온 맥 전용 키보드를 또 하나 구매했습니다.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미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가끔 키보드가 질리면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합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변덕스러움입니다. 정착을 했다고 하지만 더 예쁜 키보드가 나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살 예정입니다. 키보드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고 있을 정도니까요.


키보드 덕분에 회사생활에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쓰시는 키보드를 한번 살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당장 인터넷을 켜서 기계식 키보드를 검색하시길 바랍니다. 처음부터 비싼 거는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키보드는 많으니까요. 단, 주의하셔야 할 것은 회사에서는 '청축'이라고 쓰여 있는 키보드는 사질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타건 할 때 소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소음을 발생시키기 때문이죠. '저소음 적축', '적축', '무접점'이라고 적혀있는 키보드를 찾아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모르죠. 키보드 하나 바꿨을 뿐인데 회사 생활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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