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천안행 전철 동대문역,
갓 서른쯤 돼 보이는 두 여자가 전철에 오르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른하게 흩어져 있던 오후의 시선들이
팽팽하게 여자들 쪽으로 모여들었다
한 여자가 허공에다 자신의 말을 그리자
또 다른 여자가 재빠르게 자신의 말을 이어 그렸다
손끝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온 말들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게, 때로는
폭풍우 속 파도처럼 사납게 출렁이며
전철 안을 떠다녔다.
간단없이 말 그림을 그려대는 화가들,
그림들은 날아다니다 서로 부딪치고
포개졌다 튕겨나가며 상대방의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팬터마임을 보는 것 같았다.
달팽이관을 타고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그녀들의 수다의 질주는 한 여자가
내리면서 멈추고
모여든 시선들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갔다.
여자는 대화 상대를 잃어버린 머츰해진
손을 다소곳이 무릎 위에 얹어놓더니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