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 꽃밭
십 원짜리 동전들이 몰려다녀요
엉덩이들은 따뜻하고요
문 밖의 밭들도 다 쉬고 있어요
겨울에 피는 꽃은 따먹는 맛이 있죠
여자들은 앞자락마다 꽃들을 진열해 놓아요
나는 어려서 어깨너머로 꽃들의 이름을 배웠어요.
매화 벚꽃 모란 국화 난초,
한 손에 열두 달을 다 쥘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배웠지요
꽃들에겐 저마다 달[月]이 정해져 있지만
엎치락뒤치락 만날 때마다 서로 치고받았죠
이 손 저 손을 건너 다니며
가슴을 졸이게 만들고 계절을 다투지만
개평, 열두 달을 손에 쥐고 오고 간 값을 헤아리다 보면
꽃의 시절은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갔어요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사라진
꽃의 밑천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꽃들이나 사람이나 살다 보면 짝들이 사라져요
시계방향으로 돌던 계절에
감쪽같이 꽃 하나가 숨곤 하지만
꽃 판에서 꽃대 하나가 사라진다는 건
누군가 잠시 한눈을 판 시간의 값이죠
젊은 언니 엉덩이 밑에 깔려 있던
그 앙큼한 꽃, 모든 판의 파투는
숨은 꽃들 탓이겠지만
꽃들은 여전히 판을 돌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