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피어올라 고향 쪽 하늘로 몸 비트는 저녁
동지섣달 짧은 해가 서둘러 산등성을 넘어가고
그 붉고 긴 꼬리만 능선에 걸려있다
어스름을 겹겹이 껴입은 겨울하늘이
맑은 유리창처럼 쨍하기만 한데,
망치로 톡 치면
산산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데
겉옷 하나 걸치지 않은 성급한 샛별은
추위도 잊은 채
맨몸으로 뛰쳐나와 인사를 건넨다
저녁이 슬금슬금 마을로 걸어내려 오자
마리앙투아네트처럼
하룻밤 새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지붕들이
팔을 길게 늘여 집들을 끌어안는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점점 형체 흐릿해져 가는 집들,
그 사이를 비집고 군데군데
노란 불빛들이 흘러나온다.
그 불빛들은 어찌 그리도 따뜻해 보이는지
저곳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를 다독여주는 기족들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을 것 같아
나도 함께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겨울밤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유독 오래
내 눈길을 끌어당기는 노란 불빛,
나만 혼자 찬 거리에 외따로이 버려진 듯
외롭기가 그지없다.
마치, 잠자리를 찾아 밤거리를 배회하는
길고양이처럼,
나는 지금 많이 추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