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자

by 신승엽

'당근 하러 간다.'는 말이 관용표현이 될 정도로 중고거래는 일상화 되었다.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다 못해 '비움의 철학', '미니멀리즘' 같은 의식적인 행위가 공감을 받고, 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0여 년 전 일본 한 도시의 대형 구제샾에 갔다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어린이 장난감부터 스포츠 용품까지 없는 것이 없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것이다. 특히, 일본의 구제샾은 마트마다 커다랗게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 인상적이었다.

디지털화가 더 진행된 지금의 우리나라의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은 그 범주가 더 휘황찬란하다.


못 먹어 굶어 죽는 사람 없고, 못 입어 추워 죽는 사람 없다.

아파트 쓰레기 배출소마다 헌 옷 수거함이 있고, 재래시장에 가면 구제 옷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헌 옷 기부시 세액공제까지 해주겠는가?

오늘 저녁 뭐 먹지? 라 고민하지, 오늘 저녁은 굶지 않으려나?라는 걱정을 하진 않는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일반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과거 부자들의 집에는 어떤 것들이 쌓여있었을까?

우선 창고나 곳간엔 먹을 것들이 가득했을 것 같다. 갖가지 곡식과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절여지거나 말린 고기들도 그득했으리라.

옷장에는 비단옷들이 즐비하게 걸려있었을 것이다.

의식주라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물론 지금 시대, 여타 서민들의 냉장고나 옷장도 못지않겠지만, 여전히 물질에 대한 욕망은 그치지 못한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 힘이고, 경제가 순환되는 구조다.


진정한 부자는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고, 옷을 여러 벌 걸친 사람이 아니다.

집안에 먹을 음식이 쌓여 있고, 다채로운 옷들이 걸려 있는 사람일 것이다.


대화를 하다 당장에 청자들을 사로잡는 재담꾼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 식자(識者)는 결국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깊이 있는 소양(素養)으로, 청자들의 개념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 진정한 교양인(敎養人) 일 것이다.


내 마음의 곳간에는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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