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개념일수록 분명하고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교육은 개념적으로, 철학은 논리적으로, 종교는 언어적으로... 우리가 의식으로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결코 세상의 복제품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직접 경험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대상은 언어적 외피를 쓰고 있기에 더욱더 '각인각색'일 것입니다. 그것은 보편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기에 '개념'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민주주의, 경제, 문화 등과 같이 추상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은 보편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광의(廣義)의 민주주의는 두루뭉실해서 어렵고, 협의(協議)의 민주주의는 너무 다양해서 그것을 규합하기가 힘이 듭니다.
개념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면서 대상이나 행위를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면 그저그런 개념이 될 뿐입니다. 아니 공통성과 일반성을 띄지 못한 일반적 관념이 개념의 이름을 뒤집어 쓰고, 각자를 착각의 늪에 빠트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세상은 더 혼란하고 혼탁해 지겠죠? 그래서 '개념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의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어린 학습자에게 '개념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넌센스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이 가진 보편적인 관념, 함의, 의미를 꾹 눌러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개념은 더 선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개념은 더 분명하게 나타내줘야 합니다.
개념은 결국 언어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덧칠되어 묵은 용어의 본질을 어떻게든 다양한 실체를 통해 보여줘야 합니다. 세포가 생명을 만들고 생명에서 의식이 출현하듯, 사실들이 모여 개념이 됩니다. 그 사실들을 교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교사의 행위입니다.
정보와 기술의 발달로 칠판마저 교실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만...
그 행위중 하나인 판서를 예로 들어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도식화하여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 역시 컴퓨터 이미지로 도식화한 사례를 만들었지만 기회가 되면 판서한 내용을 그대로 보여드려 보겠습니다.
민주주의 교육의 필요성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정치체제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공기처럼 인식하는 자유, 평등, 참여 등의 가치가 쉽게 훼손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근대의 국민에서 현대의 세계시민으로 지평을 넓혀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우리 학생들에게는 더욱더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추상적이고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 학습자에게 난해하게 다가옵니다. 그럴수록 사례(사실)를 중심으로 개념을 더 명료하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그것을 ‘자료화’하여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실체를 교실에 그대로 가져올 수 없는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개념은 재구성을 통한 자료화가 필요하고 교사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에서는 ‘말’과 ‘문자’라는 언어적 외피를 쓰고 있는 상징을 이미지로 도식화하여 수업에 적용하는 사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민주주의의 개념
‘개념’은 여러 관념 중에서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를 추출하고 종합하여 얻은 보편적인 관념을 뜻합니다. 즉, 개념은 사실의 합입니다. 따라서 개념을 탑다운식으로 내리 꽂아 설명하기보다 실제 사례들을 ‘개념’이라는 큰 텐트를 치고 그 아래에서 끊임없이 제시하여 사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원 도입부에 흔히 할 수 있는 개념 그 자체를 묻는 질문...‘민주주의는 무엇일까?’ 와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개념 그 자체가 무엇인지 사고하게끔 하는 질문이니까요. 이럴 경우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원 도입부에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진 후 곧이어 구체적인 질문, 학습자의 경험 영역과 가까운 질문을 주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사례는 무엇일까?’,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무엇일까?라고 물을 수도 있겠네요. 교수자의 질문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구체를 통해 추상으로 가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프레이어 모델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특수성 때문에 ’민주주의‘의 반대를 보통은 ’공산주의‘로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엘리트, 전체)주의입니다. 공산주의는 경제체제의 개념이며 자본주의의 상대어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체제는 과거에도 민주주의였을까?‘라는 질문으로 개념의 스케일을 더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유는 신분이 있었고, 왕(군주)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치체제라는 것을 근거로 제시할 것입니다.
’과거의 신분체제를 그림으로 표현해볼까?‘라면 피라미드 구조나 층상구조로 표현할 것입니다. 그럼,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를 그림으로 표현해볼까? 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사고를 구체화(도식화)하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상되는 표현은 대칭을 이루는 원과 같은 도형일 것입니다. 그 근거도 질문할 수 있겠죠? 아마 평등, 자유, 참여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민주주의를 규정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사
민주주의는 발명된 것일까? 발견된 것일까? 라는 질문에는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만들어진(발명)‘ 것이라 이야기할 것입니다. 고대 서양(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발생하였고, 역사적으로도 그와 같은 사례들을 시간을 달리해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는 고대 서양에서 시작된 정치체제입니다. 물론 역사의 기록에 남지 않았지만 부족이나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진 다른 시대, 다른 지역의 사례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시행되고 기록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고, 유럽 문명의 기틀이 된 로마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르네상스시대(도시국가)를 거쳐 근대 국가의 형성을 이끈 혁명과 그 체제 간의 대립과 위기를 시대순으로 단순화하여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개념의 규정에는 ’왜?‘ 라는 문제인식이 있으면 무엇이? 언제? 어디서?라는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人)는 시(時)와 공(空)이라는 3차원에서 살아가면서 마음(心)을 구성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구성한다는 의미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문화와 역사의 상징으로 굳어진 ’개념(槪念)‘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는 이름(명사)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槪)는 ’대개‘, ’일반적‘이라는 뜻입니다. 념(念)은 ’생각‘입니다. 즉, 보편적인 생각, 인류가 규정한 것들을 사회·문화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학습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피터스(R.S.Peters)는 교육을 ’삶의 형식(지식의 형식)안으로 입문시키는 성년식‘으로 보았습니다.
구체를 통해 추상으로 나아가는 사례로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도식화하여 표현하는 사례를 제시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구체화(도식화)한 수업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