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막힌다. 스팅이 흘러나왔다.

by 신승엽

첫째 딸이 일찍 등교해야 한다고 아침부터 보챈다. 평소 내가 질질 끌고 가야 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아침인데 친구의 선거 운동을 돕는다고 이틀째 저런다.

아이들이란... 역시 성인들이 원하지 않은 영역에서 자기 주도성을 발휘한다. 전전두엽의 각성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아침 7시 30분에 아이를 내려주고 차를 돌리자 그제야 학교의 언덕을 오르는 여고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덜 깬 얼굴로 터벅터벅 마네킹처럼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애잔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이게 옳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기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운이 없으려니 빨간불의 연속이다.

어제 주차된 내 차에 앞 번호판이 망가졌다. 좁은 아파트 주차장에 억지로 차를 집어넣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이해는 했지만 번호판만 뚝 떨어진 것은 참 기이한 일이었다. 아내가 최근 차를 바꾸며 20년을 탄 차를 폐기해 달라 했다. 7만 킬로를 채 타지 않고 폐차를 시킨다는 것이 아까워 아이들을 픽업할 때 종종 사용한다. 아이들은 부끄러워하고 차를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그 차가 유난히 좋다. 작은 골목도 쉽게 달려나가고, 주정차도 편하고 무엇보다 기름도 적게 먹는다. 아이들이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것도 사회화겠지만 전전두엽의 사회화는 절실하다.


아무튼, 아내의 낡은 차에 내려 똑 떨어져 있는 내차의 번호판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주차하다 그만..."

다른 곳은 멀쩡하다. 번호판만 똑 떨어졌다.

'이것 참... 희한한 일이군.' 속으로 생각하며 괜찮다 걱정 마시라 응하며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

번호판만 갈려면 자동차 등록사업소로 가야 하나?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가해자(?)와 함께 올랐다.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며 번호판 이야기를 했다. 아내도 참 기묘한 일이라며,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 위안을 해준다.


아내의 고물 차를 타고 아침에 출근을 하다 기름 경고등을 발견한 것이다. 작은 차라 인상된 기름값 간판을 비교하지 않고 아이 학교와 가까운 주유소에 들렀다. 평소 5만 원만 넣다 오늘 아침은 여유도 있겠다, 또 여기는 셀프주유소도 아니고 해서 크게 불렀다. "가득요!"

아차차 그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실속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회화가 된 우리는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기름이 한참을 들어간다. 평소 5만 원만 넣어도 게이지가 거의 끝까지 올라갔는데 끝을 알 수 없는 자동차 기름통 능력은 다 쓴 치약만큼이나 경이롭다.

8만 원을 결제하고 좀 더 싼 주유소로 갈걸 그랬나? 또 후회를 하며 시동을 걸었다. 기름이 한참 들어가는 바람에 평소 출근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맞춰 그 도로에 올랐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 아침 여유 있는 자들은 수성못의 카페에 앉아 모닝커피를 즐기고, 러닝을 뛰지만 서둘러 출근하는 샐러리맨은 자꾸 시계를 쳐다본다.

한 차선 밖에 없는데 버스가 앞을 막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버스가 한대가 아니라 두대다. 이런 기묘한일이... 왕복 2차선에 두대의 버스를 새치기할 도전은 감히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창밖을 쳐다봤다. 그제야 잔잔한 수성못과 푸른 하늘... 그리고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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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 신혼 때 집사람이 즐겨 듣던 'Sting'의 재즈곡이다. 노래 제목이 뭐지? 신형차에는 제목도 표시되지만 구형차라 생각이 필요하다. 전성기 스팅의 목소리를 즐기며 지금의 스팅 목소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 이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 못과 재즈는 잘 어울리는구나... 그러니까 매년 재즈 페스티벌을 하나?, 재즈에 기타는 록의 기타와 다르게 부드럽네... 온갖 생각이 복합적으로 밀려온다.

막혔던 길이 드디어 뚫리자 스팅의 음악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어제 유치원에 다니는 늦둥이 막내가 신기하다며 구형 자동차의 버튼을 눌러대다 재생된 카세트 음악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낡은 차와 카세트 테이프의 음악은 퍼펙트한 주인공의 일상의 루틴이자 리추얼이었는데... 아내의 자동차에 카세트 테이프가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르겠다.

화면 캡처 2025-07-11 100621.jpg

나 혼자 있는 이 시간은 퍼펙트하다. 그렇지만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일상을 더 퍼펙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화가 필요하다.

나 역시 전전두엽의 각성이 필요한 장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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