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기자 Nov 30. 2022

12월을 하루 앞두고

내일부터 12월이다.

지난 두 달 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계획하지 않은 긴 휴가였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황에서 두 달을 쉬었다고 하면 한 달 더 쉬지 그랬어, 라던지 쉬엄쉬엄 일 해 라고 해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아픈 사람의 아픔은 정말로 당사자만 안다.

암튼 병원에 좀 다녔다.

세브란스 병원은 장례식장 가느라고 여러 번 갔었다. 아는 분의 부고도 있었고, 또 뻗치기 하러도 많이 갔었다.. 그러면서 늘 생각했다. 정말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 링거를 꽂고 다니는 사람, 그들 옆에 있는 간병인들. 마주하기만 해도 괴로웠는데 내가 그 병원에 두 달 동안 참 많이도 들락날락했다.  


첫달은 현실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지옥 같으면서도 대책없는 낙관도 있었지만

두번째 달은 비로소 슬펐다. 그러나 한낮의 햇볕을 받으며 산책하는건 큰 기쁨이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느낀 게 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나이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족에게 이제 내가 베풀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번에 가족에게 폐를 많이 끼쳤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 일을 똑바로 해내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결국에는 바닥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누구나.


12월은 어떤 모습일지 감이 잘 안잡힌다.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와 도움을 많이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나의 한계를 잘 인정하면서 내가 해낼 것을 해내야 겠다. 안기자라는 이 브런치의 별칭이 조금 어이없게 느껴진다. 안기자는 본체의 아주 일부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