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써머
올해도 거의 절반이나 왔다. 어제는 미드써머였고 스웨덴에서 해피 미드써머 메시지를 받고 다시 한번 작년 여름을 떠올렸다. 이상하리만큼 인생에서 최고로 여유로웠던 시기.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고 해가 길어졌다 짧아지고 식물이 자라는 걸 정말 지켜볼 수 있던 시간들. 그때는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 걸 전혀 몰랐었는데, 갑자기 현실인식 약을 통째로 먹었는지 올해 미드써머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참 깃털처럼 먼지처럼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내 유목민 바이브 + 그 어디에도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생활에 신경 써야 할 게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선 집 문제가 계속 불편한 상태고 편안하게 집을 집이라 느끼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회사에서도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이라 평온한 하반기가 되긴 그른 듯하다.
최근엔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무언가 약속을 하고 신뢰를 지키며 서서히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쌓아온 시간들이 옆에서 보기에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덜 이기적이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이 개인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앞으로는 낮시간이 짧아질 거고 다시 겨울을 향해 달려갈 테지. 정점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반짝일 수 있게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덧없는 생각을 하면서, 성의 없고 정신없는 살짝 늦은 격주정리는 이렇게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