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마치며

by 은섬

이것은 내 생애 첫 에필로그다. 이전에 출간한 단편 소설집에는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없으므로. 이걸 내가 쓰는 날이 오다니! 진짜 작가가 된 것 같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재미있어서 짧지 않은 시간 노력했고, 마침 운까지 좋아서 책 한 권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었다. 과거 ‘내 책’의 꿈은 허무맹랑함 그 자체였지만, 실제 이루고 나니 그렇게 대단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 모든 일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무겁고 어려운 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책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독립출판을 한 나를 대단하다 칭찬해줄 때마다 가슴이 빠듯할 정도로 기쁨이 차오른다. 동시에 귓불이 빨개질 만큼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그들에게 글만 있으면 책 내는 일은 쉽다고 글쓰기를 마구마구 권장한다. 그러나 애초에 그들에게 내 말의 무게가 그대로 전달될 거란 기대는 없다. 딱 과거의 내 마음이 그랬으니까. 사실 해놓고 보니 쉽게 느껴질 뿐 다시 나를 출발점에 세운다면 책을 낼 만큼의 글을 쌓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 같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뭐 요즘 같은 시대에 책 내는 거 참 쉽지~’ 라고 단박에 인정해버린다면 되게 서운할 것 같다. 어쩌면 가자미눈을 뜰지도.

이 책은 내 독립출판의 경험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과 같은 도전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에서 출발했다. 내가 글 쓰던 이야기, 책 내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글을 쓰던 나에겐 이런 게 너무 절실했다.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에 목말랐고, 글 쓰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기쁨도 홀로 겪고 싶지 않았다. 계속 쓰기 위해 정말 필요한 건 무조건적 지지와 칭찬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글과 책이 내게 닿기를 기대하고 또 응원하고 싶어진다.

40대 전업주부, 글쓰기와는 무관했던 나도 해냈으니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러니 힘을 내시라는 말을 정말 하고 싶었다. 글쓰기가 아니어도 당신의 모험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분명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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