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 위해 나의 아이돌을 A라 칭하겠다)
"어떻게 A에게 입문하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싶다. 아니 받고 싶지 않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해 7월 말. 셀프 세차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가 쫑긋해졌다. 다음번 세차장에 갔을 때 또 나왔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운명이지! 유튜브에서 M/V를 보고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음색의 주인공이 누군지 체크했다. 알고리즘 덕분에 그들의 오류 영상을 보고 깔깔 웃다 보니 A의 라이브방송 대기 중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A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웠다. 말하면 공감받지 못할 걸 알아서 미리 '오늘은 절대 아무 말도 안 할 테야' 다짐하고 외출을 해야 했다. 그래도 터져 나오고 말았고, 그럴 때 나의 친구들은 내 눈이 반짝반짝하다고 했다.
뒤늦게 알아챈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내가 이미 A의 데뷔곡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 년 전 러닝을 시작하면서 아이돌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주기적으로 아이돌 신곡들을 모니터한다. 덕분에 내 귀는 최소한 아이돌 음악에 있어선 '탑 100 귀' 자격이 있다. A 데뷔곡은 좋았고 나는 카톡 프로필 음악에 설정도 했었다.
* 탑백귀(Top 100귀)의 뜻은 Top 100위 안에 들어가는 곡을 귀신같이 잡아낸다는 뜻(출처 : 네이버)
내가 버추얼 아이돌에 입문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백그라운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돌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A의 노래를 접할 수 없었을 것이고, '버추얼 아이돌'이란 새로운 개념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간 남돌을 팠던 나의 개인사가 모두 A를 만나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세대별 듣는 음악을 조사한 설문에서 40대에서만 유일하게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를 함께 듣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는 마치 40대만이 편식 없이 음악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40대에는 아이돌 음악을 듣는 사람과 트로트를 듣는 사람이 공존한다는 해석이 더 정확한가. 누군가 사람은 20대가 넘으면 절대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끄덕끄덕, 나는 혼자 콘서트에 갈 정도로 HOT 팬이었다.)
내가 A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건 양반이다. 40대 아줌마가 아이돌이라니? 철딱서니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돌 산업이 K-culture를 이끌어도 수준 낮게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내가 클래식에 눈을 반짝이며 얘기해도 그런 눈빛으로 날 바라볼 건가요?
그 사람들이 나를 한심해 하듯 사실 나도 그들을 연민한다. 중년이 되면 불타는 사랑은 언감생심이요 상대에게 기꺼이 주기만 하는 아가페적 사랑도 쉽지 않다. 그래서 덕질은 축복이고 선물이다. 그런 마음도 모른 채 죽는다는 게 불쌍하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나는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건 알려주지 않을 테다. 흥칫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