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니들 나 나이 많다고 가입 안 시켜주니?

공식 팬카페 가입하기

by 은섬

덕질을 시작하고 공식 팬카페에 가입을 시도했다. 지금은 여러 루트가 생겨서 사정이 좀 다르지만 내가 입덕했던 작년 여름만 해도 멤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공카뿐이었다. 이 안에서는 소속사의 공지와 팬들의 인증 그리고 멤버들의 커버 곡이 올라왔다. 커버는 거의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올라오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멤버들의 실시간 대화나 음성 편지 이건 공카에 가입하지 않으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공식 팬카페가 자리한 곳은 다음 카페였다. 팬카페에 가입하는 건 처음이었다. 가입에 앞서 몇 가지 질문이 있었다. 알기 쉬운 질문이었다. 데뷔일, 멤버별 생일, 첫 싱글 제목 같은 팬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고, 나무위키만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이었다.


관리자들이 열심히 등업신청을 검토하는 것 같긴 한데, 내 눈엔 여전히 카페 글이 보이지 않았다. 등업 리턴 카테고리가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거기 내 정보가 딱 있네? 나 거부당한 거야? 잘못 쓴 게 없는데 왜???

새로 만든 아이디로 가입해보기도 하고, 답을 약간씩 다르게 적어보기도 했다. 또 반려됐다. 팬인데 공카 가입이 이렇게 까다로울 일인가? 뭐가 잘못됐는지 말해주지도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내리 3번을 거절당하고 나니 이렇게까지 가입해야 하나 싶었다.


니들 나 나이 많다고 가입 안 시켜주는 거니?


가입 질문에 나잇대를 묻는 게 있었단 말이다. 아니, 니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받으면 좋은 거 아냐?


고령의 내 아버지는 병원에 혼자 가시질 않는다. 병원의 절차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노인네들만 병원을 가면 무시를 당한다는 믿음. 병원 갈 일도 많은데 그때마다 자식들이 따라갈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 관심이 없는데….


지인에게 들은 얘기도 있다.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그들을 지나쳐갔고 어르신들은 막 쫓아가서 기사에게 따졌다. 노인이라고 무시하냐? 젊은 사람들은 불친절하면 신고하는데 우리는 못 하니까 이러냐? 기사도 할 말이 있었다. 그 정류장은 종점 바로 직전이었기 때문에 방향을 착각한 손님이겠거니 했단다.


일련의 일들이 어르신들의 자격지심에서 시작한 오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자꾸 공카 가입이 거절되니 절로 내 나이 때문인가 싶은 거다. 이번에도 거절되면 아이에게 부탁해서 다시 가입 신청을 할 작정이었다.(아이는 10 대니깐 받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찐막! 그렇게 나는 4번의 도전 끝에 아마도 최고령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팬 공식 팬카페에 가입했다.


오늘의 깨달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최애와 나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