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이 한터뮤직어워드에?
투표와 아이돌의 상관관계
우리 애들이 한터차트에서 수상했다. 바로 특별상인 버추얼 아이돌 부문. 이 부문은 올해 최초 신설이 됐고 그 영광의 수상자가 내 최애 아이돌이 된 것이다.
지난 주말 DDP에서 열린 한터뮤직어워드 2023에서 내 아이돌은 수상자로서 당당히 공연했다. 한터차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팬이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그 의미가 크다. 내 아이돌은 남자 신인상과 버추얼 아티스트상 2곳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팬들은 남자 신인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데뷔한 첫해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상이므로.
입덕 후 나는 k-pop과 관련된 어플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스마트폰과 탭에 수많은 어플들이 추가됐다. 투표를 위한 어플들이라니! 과거 기사에 '명절에 세뱃돈을 가장 많이 받을 것 같은 연예인'이니 '목폴라가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돌' 같은 한심한 투표를 누가 하나 했더니 내가 하고 있네? 게다가 각 멤버 생일, 데뷔일 등도 중요한 투표다. 대개의 투표에서 보상은 광고로 주어진다. 크게는 코엑스 전광판부터 작게는 지하철 광고판까지 그간 돈 많은 팬이 돈을 내서 한 광고라고 생각한 것들이 대부분 이런 투표로 결정되더라.
어플 수가 많은 건 그만큼 돈이 된다는 소리고 그들은 광고에서 수입을 얻는 구조다. 광고를 팔아 또 다른 광고를 만드는 자본주의다운 발상이다. 저런 소소한 투표에서부터 한터차트까지 투표를 위해선 어플마다 명칭이 다른 전자 화폐가 필요하고 이것들은 광고를 보면서 적립된다(물론 유료 충전의 길도 넓게 열려 있다.)
광고는 대게 개수가 정해져 있고 시간제한이 걸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팬앤스타는 광고만으로 하루에 40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10분마다 광고를 볼 수 있다. 이건 거의 온종일 어플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40표를 다 채우기 어렵다. 마이원픽은 시간제한 없이 하루에 15개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광고에는 게임 광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동안 왕을 구하는 퍼즐 게임이 수도 없이 나왔는데 얼마나 많이 봤던지 나는 게임의 성대모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 보고 딸아이가 엄마 최고의 성대모사라며 극찬했다. 5초짜리 광고는 너무 감사하고 근래는 1분이 넘는 속옷 광고가 나의 빈축을 사고 있다.
어플이 많으므로 광고를 보는 시간이 상당하다. 그런데 한터차트 같은 중요한 투표다? 말 그대로 토 나오도록 광고를 본다. 그래서 그 시기가 끝나면 손에 허전할 지경.
투표의 열기도 대단하다. 나는 이 '우리만' 아는 치열함을 목격할 때마다 과거 학생운동이 떠오른다. 그들 안에 있으면 괜히 울컥하고 더욱 절실해지는 그런 감정. 투표에도 존재한다. 버추얼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이 많으므로 우리 팬들은 더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고 팬으로서 의무에도 성실한 편이다.
그 열렬함에 타 팬덤에서 쟤들은 건들지 말자는 소리도 X에서 흉흉하게 돌 정도. 이 소릴 들은 나는 과거 '시위대 선봉에서 각목 휘두르는 건 우리 학교 애들이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뽕이 차올랐다. 남들이 보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밤은 그 날의 승패로 웃고 울며 끝이 난다.
팬덤에서 밀었던 한터차트 신인상 부문 투표에서 우리 애들은 1위를 했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모든 상은 음원점수와 투표 그리고 심사점수 합산으로 결정된다. 음원 성적이 상대 아티스트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선 졌다.
그래도 우린 한터차트에서 수상한 아티스트의 팬이고, 우리 애들이 노래를 원데이, 투데이할 것도 아니므로 잊고 털어낸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공연하던 아이들의 감동에 그대로 전염된다. 그거 하나로 괜찮다. 아니 충분하다.
### 혹시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바로잡아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조건 덕질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무지한 저의 잘못입니다.
*** 한터차트 : 우리나라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집계된 테이터는 음악 방송의 음반 점수, 아이돌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초동판매량(앨범 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에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