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죽을 준비는 되었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숫자는?

by 숨은 연못

요 근래 유난히 비행기 사고가 잦았다.

(올해도 비행기 탈 일이 적어도 3번-왕복=6번-있는 자의 노파심 발동 경보)


특히 디씨 공항에서의 사고는 정말 며칠을 싱숭생숭하게 했다.

(나는, 단 한 명의 '알려지지 않은' 죽음도 대형 사고의 다수의 죽음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여기서는 이 사건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본래는 비행기 안에서는 전자기기들을 비행기모드로 해놓지만, 비행기가 소속국가에 거의 착륙 일보 직전에는 이미 지면에서 메시지가 들어올 수 있는 정도의 높이이기 때문에, 급한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들 일부는 그걸 미리 끄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렇게 해서 실제로 전원 사망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공항에 마중 나온 한 남편은 아내가 조금 전 거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으니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인터뷰가 있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잖은가!

착륙 시작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나서는,

의자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트레이는 접어 놓고, 전자기기들을 뽑아 가방에 정리해 넣고,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앉아 아아 좁고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다가는,

이제 그 정도 지면에 가까워졌다면,

도착할 곳을 내려다보거나 (나는 소도시에 살아서 우리 동네에 도착할 때는 우리가 항상 다니는 슈퍼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한국에 갈 양이면 그래도 대국민 안구테러방지용 립스틱이라도 고쳐 바를 정도의 위치 아니냐는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렇게는 죽을 수 없는 거 아니냐고,

가슴 아파하다 보니,

문득, 하긴 그야말로 어느 죽음이

'그렇게는 죽어도 되는' 죽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 사건이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게 절대절대절대 아니다!)


시몬 드 보브와르의 'Very Easy Death'에서, 마지막에는 수치심도 다 내려놓은 채 대장암 투병을 한 끝에 엄마의 임종을 한 시몬에게 간호사가 '아주 쉽게 돌아가셨다'(제목 =일종의 호상이다 이런 느낌?)고 덕담(?)을 하지만,

그 과정을 다 지켜본 딸에게는 '쉬운' 죽음은 없다며,

사실 소위 (노화에 의한) 자연사만큼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사고로나 병으로 죽으면 그 원인이 확실하니 외려 '자연스러운'것이나, 한 존재가 시들어져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특수한 경로를 거치는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 나이가 우리 나이인지라,

장병으로 오래, 본인도 가족도, 고생하다 돌아가신 언니와 동생 시아버지,

골다공증으로 허리를 다쳐 내내 고생하다 최근 췌장암이 발견되는 즉시 갑자기 돌아가신 동생 시어머니, 도 그렇고,


고관절을 다쳐서 걱정을 많이 했으나 그래도 다행히 많이 회복되시는가 했더니 갑자기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니,

두 양반 다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있는 올케 부모님이나, 넘어져서 병원에 누워계신 85세 엄마나, 올해 3월에 90을 맞이하시는 우리 아버지,

94세의 나이에도 아주 짱짱해서 언니를 자주 번거롭게 하는 언니 시어머니가 계시니,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가까운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돌보는 가족들이 힘든 것도 알겠고,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어찌 행동할지는 알 수 없으나

살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서는 나는 한 마디도 얹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어떤 죽음은 '그래도 되는' 죽음인가.


이미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아픈데 없나 가 아니라 아니라,

오늘은 어디가 얼마나 아픈가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거보다 더 아프고 힘들면 아이고 살기 싫겠는데, 생각도 하지만,

그래서 안락사에 대한 정보도 살살(?) 수집을 해보고, (나이 들어서 재혼한 남편이 십여 년 만에 알츠 하이머에 걸려서 스위스에 데려가 안락사를 하도록 돕는 절절하고도 담담한 수기 Amy Bloom의 In Love강추)

동생은 심지어 아파서 남한테 짐이 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약(근데 아가야 무슨 약??)이라도 모아놓아야겠다는 말도 하지만,

몸이 저런데도, 저렇게 살고도 더 살고 싶나,며 노인들을 비웃는(?) 사람도 많지만,


어린이는 십 년 더 살고 싶으면 이상하지 않고

노인네는 1년 더 살고 싶으면 이상하다는 게

그냥 십 년 전처럼, 1년 전처럼, 어제처럼 계속 살아가려고 하는 것뿐인데 그게 징그러워지는 날이 온다는 게,

살다가 죽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닌데,

계속 살려고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


그동안 간병을 도맡은 형제들에게 미안해서, 이번에 한국 가면 약속은 무조건 다 저녁으로 잡고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병원과 아버지 양쪽으로 출근을 해야지, 하니, 동생은 그때까지는 설마 퇴원하시겠지, 하는데,

내내 누워있어야 하니 낙이 없는 엄마에게 열심히 재미있는 얘기를 모아 자주 전화하면 반가워하시면서 '나 올 때까지 살아있으면 보자는 농담을 하시면 가슴이 그만 답답해져 오는 것이다.


아우 이 '몸' 뭔지.


가장 무거운 숫자는?

육肉

뭐 이런 심오한 갑분아재개그 어때요? (죄송합니다)


우리는 미국에 달랑 우리 셋이라서 비행기 탈 때면 이미 독립한지 오래라 멀리 다른 주에 사는 아이에게 재산목록(?) (이미 설명은 해두었지만 당연히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다)과 뒤처리(?!) 지침(!?)을 남겨놓고 떠난다.

나야 자식 하나라 재산(?) 정리 뻔하고(잘 찾아서 다 니 가져!), 미국인들은 장례식에 틀 음악도 유서에 골라놓는 모양이던데 나는 이미 장례식 납골당 다 필요없이 제일 싼 관(중요!!)에다 화장해서 아무데나 뿌리라고 해두었으니, 그냥 다 버리고정말 ‘뒷정리’하는 지침 정도.

갑자기 죽었을 때 입고 발견되면 부끄러울 옷은 버리라고 하던데, 그런 느낌?


그리고 또(?) 무사히 돌아오면 치워두면서, 이번에도 살아남았구나, 생각한다.

언젠가 진짜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날도 오겠지.


그러니 늘 밤새 안녕, 오늘 안녕을

헤어질 때마다가 아니라 만날 때마다 빌 일이다.


그날까지 오늘도, 여러분, 모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