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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xis Sep 19. 2018

혼밥의 달인 - ‘혼달’이거든요!

“왜 혼자 드세요?”

 




 “왜 혼자 드세요?”  

 
  

 자주 가는, 아니 자주 갔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한분이 내게 던진 물음이었다.  

 무례하게 느껴졌고,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었다.   

 비록 그가 당돌하게 묻는 이유는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했고,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발길을 끊게 되었다.  

 접근 편하고, 가성비 좋은 호텔 레스토랑이었지만,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설명을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 의문을 담은 눈빛으로 나를 비추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렇다고 그가 내게 ‘좋은 인연’을 소개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홀로 여행하는 것도 즐기지만, ‘혼밥․혼술족’이기도 하다.    

 
  

  


 
  

 혼밥에도 레벨이 있다 한다.   

   

 편의점이나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가장 낮은 초급 레벨이고,  

 술집에서 술 홀로 마시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다.  

 고깃집이나 횟집에서 홀로 먹는 것이 바로 그 아래 단계이다.  

    

  

 “홀로 술집에서 술 마시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  

 
  

 대학 때부터 생맥주집 체인점 등에서 홀로 술을 즐기는 경우가 있었다.  

 고민도 많았고, 카페에서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혼밥 입문’부터 최고 레벨로 입문했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혼밥의 레벨들과 단계별 난이도'에 자연스럽게 물음표를 던지는 게 당연하다.   

 
  




 어쨌든, 난 ‘혼밥족의 최고 레벨에 도달한 사람’이니, 이를테면, ‘혼달(혼밥의 달인)’이다.  

 ‘타인의 시선에 초연한’ 혼밥계의 절정고수 만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로 평가된다.  

 (그래서인지 우연히 뷔페에서 마주친 일본인들이 혼밥 중인 나에게 존경의 예를 표현하고 가더라는 ... . ^^)    

 
  

 그런데, 다양한 느낌을 담고 있는 타인의 눈빛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남의 시선에 무덤덤한’ 그런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필요에 의해서 그 경지에 도달(?)했다.  





 이러하듯 나의 혼밥 역사는 오래되었고, 혼밥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 있다.  

 펼치자면, 너무 애잔해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들도 더러 있다.  

 어쨌든, 홀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때로는 쑥스럽고, 우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무척 매력적인 것이 혼밥이다. 

 편한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즐기고, 

 미각과 식욕을 충족시키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 .   

 
  

 굳이 장소를 조율하며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키지 않은 사람과 부담스럽게 마주 앉아 먹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음식을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다.  

 다른 작업이나 유희를 즐기면서, 때로는 사색하면서, 심지어는 멍 때리면서도 먹고 마실 수 있다.

 

 

 

 어떤 평론가는 ‘혼밥족은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어떤 자칭 심리치료사(?)가 '혼밥족은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는 글도 발견된다. 

 

안타깝게도,

 그들이야말로 ‘혼밥이 주는 자유와 여유를 모르는 불쌍하고도 편협한 사람’이 아닐런지 ...  


살면서 

어차피 

적지 않은 시간들을 

함께 

먹고 

마시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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