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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Mar 25. 2022

방구석 일본어 17 : 呼び捨て(요비스테)

상호 존중은 '기본값'






오늘의 만화는 꼭 1년 전, 작년 4월 초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그렸습니다.


시간이 약이라 당시의 불쾌함은 대부분 누그러들었지만, 괜히 부딪히지 않으려고 관계를 싹둑 잘라낸 덕분이기도 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는 많지만, 글로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는 건 옳지 않다 싶어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합니다. 대신에 제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를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게 되는데 내 의지로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만나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골고루 만나는 정도였다고 제 과거를 돌아봅니다. 


오히려 제 의지로 선택하지 않았던 군대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계급의 차이는 물론이고, 병역의 의무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한 건물에서 2년여를 함께 생활하여야 하는 사람들의 집합. 딱딱한 군율이 지배하는 공간에서는 서로 잘 지내는 것이 '의무'이기도 해서 많은 경험을 했답니다.


장교로 임관하기 전에 함께 훈련을 받았던 140여 명의 동기생들조차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자격이 유일한 교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판단이 상대(들)에게 불편하게 전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내가 정의하는 일반적인 사고'가 '모두의 상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접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환경을 겪은 서로를 이해하고 더 깊이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어려서부터 배우고 이해했으면 합니다. 어쩌면 편하게 대화하며 풀렸을 수도 있는 일이 '동의 없는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상식'때문에 다툼까지 갔던이 오늘 만화를 그렸던 시절의 아픈 기억입니다.


저는 어떤 관계로 만나더라도 쉽게 상대에게 말을 편히 하지 못합니다. '실수할 수 있다'는 자기 방어적 통제도 있지만, 바탕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는 마음가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도 격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가 말로써 편히 대하기로 '분명한' 약속을 맺지 않는다면 규칙은 계속됩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반대로 관계지향형인 사람들에게 많은 반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선/후배'로 서로를 호칭한다던지, 사적 영역에서의 친분을 일터까지 가져와서 인정에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일 것입니다. (너무 딱딱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이렇다고 해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으니까요.)


동양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연공서열(年功序列)식 줄 세우기는 언제 판이 뒤집힐지 궁금합니다. 나이, 직급은 물론이고 같은 직급 사이에서도 입사 시기를 따지며 내가 선배, 너는 후배 다투기보다는 회사에 더 이익이 되는 고민을 하면 참 좋겠어요. 


존경은 내가 찾는 게 아니라 남들이 평가해주는 결과라는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우리 회사) 답답이들이 언젠가 이 글을 볼 날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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