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디오 주파수에서 말합니다

121.65 아니고 93.1 MHz

by 소진

출판사 잘 만나 에세이까지 내더니, 급기야 KBS1 라디오에 등장하게 된 소진입니다.


요즘 온 우주의 도움으로 행운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 있으면 좋겠다 - 했던 생각이 현실이 된 후로 국민일보에 필진으로 참여하게 됐고, 얼마 전에는 라디오에도 초대받게 되었어요. 이곳저곳 불러주시면 다 응하게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는 유명해지고 싶은 내향형 인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팀처장님뿐만 아니라 회사 선배님들, 그리고 사장님께도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많은 일을 해 볼 기회를 얻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맡은 일인 관제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회는 이제 줄이고 라디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요. 지난주 토요일, KBS1 라디오 <생방송 주말저녁입니다>에 출연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라디오 작가님께 초대받아 2부에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대학교 방송국에서도 생방송은 해본 적이 없는데 첫 생방 무대를 KBS에서 갖게 되어 정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떨려서 청심환을 원샷했거든요. 혹시나 늦을까 봐 여의도에는 방송 두 시간 전에 도착했고요.




KBS홀에는 방청으로 들어가 본 적 있는데 본관으로 가는 건 역시나 처음이었습니다. 방문증을 들고 라디오 스튜디오로 가니 작가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미리 받아본 원고를 챙겨서 가만히 대기하는데 분명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떨리는 거예요! 저는 아무래도 청심환이 안 듣나 봐요.


사실 대학교 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 PD와 아나운서를 전부 해보긴 했거든요. 제가 있던 항공대 방송국은 규모가 작아서 한 사람이 대본도 쓰고 기술도 보고 아나운싱도 다 해볼 수 있었어요. 실제 스튜디오도 대학 방송국과 똑같이 꾸며진 걸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믹서라고 부르는 볼륨 조절 장비도 있고, 마이크 당연히 있고, 방음이 되는 통유리창 안에서 아나운싱하는 것까지. 생각해 보니 너무 긴장해서 유리창 밖으로 피디님 사인을 한 번도 보질 못했네요.


여러 가지 질문에 조금 신나게 답변하다 보니 30분이 금방 가더라고요. 심인보 아나운서님께서 프로답게 잘 이끌어주셔서 편하게 얘기하다가 왔습니다. 관제사로 일한다는 것, 눈이 오면 얼마나 힘든지, 관제탑에서 새해 일출을 보는 것... 등 라디오에서 말씀드린 내용은 제 에세이인 <오늘도 관제탑에 오릅니다>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어요.


마지막에 포부나 바람을 얘기해 달라고 하시기에 ‘관제사라는 직업이 뭔가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여행과 만남을 도우며 하늘과 사람을 잇는 역할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엄청 횡설수설한 것 같아요. 말하고자 한 건 저 의미였는데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첫 소개 때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타이밍을 놓쳐 못한 김에 여기에라도 적어보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천공항 주파수 121.65 MHz가 아닌 93.1 MHz에서 이야기하게 된 관제사 소진입니다. 반갑습니다.”

관제 주파수가 아니라 다른 주파수에서 이야기해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 얘길 못해서 참 아쉽게 되었어요.


이렇게 제가 행운의 날을 보내고 있는 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분인지 성함도, 얼굴도 모르지만 깊은 고마움을 보냅니다. 글자로라도 전해진다면 좋겠네요.



더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저보다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소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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