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후진...할 수 있다?

근데 본 적이 없어요.

by 소진
원격 주기장


공항에 도착 후, 탑승교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내렸을 때 그 허탈함이란! 특히 고된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렸는데 램프 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다시 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 피로가 두 배로 몰려오기도 한다. 텅 빈 주기장에 여객을 내려주는 이유는 탑승교가 붙어있는 주기장의 개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도 가끔 도착 피크시간대에는 2터미널에서 원격 주기장을 도착용으로 사용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앞이 뚫려있는 원격 주기장에서 출발할 때에도, 주기장에서 유도로 위로 빠져나오는 후방견인(push-back)을 시행해야 한다. 후방견인을 할 때에는 견인차(tug)를 비행기 머리 쪽에 연결하고 뒤로 밀어내게 된다. 앞에 견인차를 붙이고 여럿 지상 스태프가 붙어야 해서 후방견인은 꽤 준비가 오래 걸리는 편이다.



MD 시리즈. 엔진 위치가 인상적이다.



자력으로 후진하는 파워백을 할 수 있는 기종도 여럿 있다고 알려져 있다. 파워백이란 엔진의 역추력(reverse thrust)을 사용해서, 견인차 없이 조종사가 직접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후진하는 방식이다. 동체 뒷부분에 엔진이 달린 맥도넬 더글라스의 여객기, MD80은 파워백(power-back)을 하는 대표적인 기종이다. 과거에 미국에 작은 공항에서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파워백하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

>> MD80 파워백 유튜브 링크


의외로 보잉의 B737, 에어버스 A320 등 현대식 여객기도 파워백이 기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제조사의 공식 매뉴얼에서도 딱히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견인차도 필요 없고, 사람도 필요 없이 간단히 후진할 수 있는데도 왜 굳이 후진하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나사 등 공항 바닥에 있던 이물질이 역추력으로 인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흡입구로 이물질이 들어가면 엔진에 손상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사에서 자체 금지하거나, 공항 당국 등에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엔진 배기열이 지상 장비 및 인력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파워백 금지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조종사가 직접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며 파워백하는데, 뒤쪽 지상에 뭐가 없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파워백을 힘들게 만든다.


파워백이 실제 사고와 연결되었던 사례도 있다. 1982년에 발생한 에어플로리다 90편 추락사고가 그 증거다. 워싱턴을 출발해서 마이애미로 갈 예정이었던 에어플로리다 90편은 워싱턴 공항에서 대설을 만났다. 출발을 위해 후방견인하던 견인차가 눈과 얼음에 계속 미끄러지자, 기장은 파워백을 사용해 게이트를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게이트를 벗어나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파워백으로 날개 위에 눈이 더 쌓이게 되었다. 눈과 얼음 없이 깨끗해야 하는 날개가 얼어버리는 등, 악조건이 겹쳐 이륙한 후 결빙에 의한 실속 때문에 사고기가 추락하게 된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뚜렷한 탓에 오직 선택지로만 남아있는 파워백을 실제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제한적인 상황 속에 여전히 ‘가능한 기술’로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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