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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Oct 30. 2020

김포-김해 국내선 탑승기

나처럼 비행기가 그리운 당신들에게 바치는

최근에 그렇게 국내선이 싸졌다더라, 지방에 본가가 있는 사람들이 일러줬다. 아니 대체 얼마나 가기 좋길래 다들 공항으로 향하는지, 부산으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해봤다. KTX로 왕복하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국내선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바야흐로 ‘비행기타고 국내여행 합시다!’ 의 시대가 도래한건가. 그래 지금이 아니면 국내선이 언제 또 이렇게 싸 보겠나, 인천에는 비행기도 없는데 김포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즉흥적으로 부산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평일 아침이었는데도 김포공항에는 여객이 많다. 물론 국제선은 인천과 비슷하겠지만 국내선 청사는 아주 붐빈다.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안쪽으로 들어오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330이 창밖으로 당당하게 서있다. 이러다가 380도 제주에 띄우겠어, 라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게이트가 4번 게이트인데, 인천공항에는 불운한 숫자라고 생각하는 4번 게이트가 없다. 13번도 없다. 44번도!


내가 타는 비행기의 탑승게이트는 5번이었다. 생각해보니 인천공항도 5번이 버스게이트긴 하다. 그치만 김포공항까지 그럴 줄이야, 창 밖의 보딩브릿지에 4번과 6번만 쓰여있어 에이 설마. 했는데 진짜로 램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당연히 접현주기장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스텝카에 오르니 신난다고 해야 하는 걸까. 근데 진짜 올라오면서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봐서 신났다. 탑승교로 기체에 들어가면 기체 표면을 느낄 수 없으니까. 동체 바깥이라도 슬쩍 만지고 올라올걸 그랬다. 좌석에 앉아 여행의 필수 인증샷인 창가샷을 찍었다. 활주로로 이륙하는 비행기가 새까맣길래 저건 뭔가, 설마 뉴질랜드항공 특별 도장기가 여기에 올리는 없는데, 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하이에어다. 까만색이 아니고 파란색이었구나. 인천에는 거의 오질 않는 희귀 항공기인데 김포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프로펠러 항공기는 타 본 경험이 없어 괜스레 탑승감이 궁금했다. 택시하던 중 막 착륙한 분홍색 하이에어도 만났다. 그럴 일 없겠지만 돌아가는 길에 연두색 도장만 만나면 올 클리어다.

까마귀같이 새카만 뉴질랜드 특별도장기는 요즘에 가끔 1터미널에서 볼 수 있다. 다음에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릴 예정.


*스텝카(Step car) : 탑승교가 붙어있는 터미널 내부에서 바로 비행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터미널에서 떨어진 원격주기장에서 기체에 오르기 위해 사용하는 차에 붙은 계단.
**하이에어 : 김포공항을 베이스로 국내선을 운항하는 소형항공사. 울산, 사천, 제주노선을 운행한다. 프로펠러 엔진 기반의 ATR 72-500 기종만 가지고 있다.


날아라 하이에어! 다음에 나 있을 때 인천공항에 또 와 :)


JNA353, RUNWAY 32R,
CLEARED FOR TAKE OFF.


활주로 진입하는 동안 뒤쪽으로 대한항공 747-800을 만났다. F급 대형기라서 김포에는 있을 일이 없을 기종이다. 쟤 인천공항에 있어야 하는데 왜 김포에 있는 거지.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생각하는 동안 활주로 32R으로 내가 탄 738이 붕- 이륙했다. 김해까지 운항시간은 40분이 걸린다고 한다. 제주도가 아니면 국내선을 타 본 경험이 없어서 더 짧게 느껴졌다. 좌석 앞 선반을 내리는 것조차도 사치인 것 같았다. 좌석벨트 사인이 꺼지는 소리가 나자 익숙한 찰칵찰칵 소리가 났다. 이륙한 비행기는 곧장 김해로 날기 시작했다. 창 아래로 익숙한 인천공항의 모습이 보인다. 터미널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 인사로 다녀올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아침 퇴근을 한 피곤한 몸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지라 먹먹한 비행 소리를 자장가 삼아 곧 잠에 빠졌다.


내가 인천공항 위를 지나가는 내내 단 한 대의 비행기도 움직이지 않았다


짧은 비행 후 김해공항에 안착했다. 터미널로 택시하던 중에는 이륙하는 군용기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 별 재미있는 구경을 다 해본다. 인천공항에서는 볼 수 없던 조그만 군용기였는데, 대한민국 공군이라고 적혀있었다. 군용기를 구경하다가 창밖으로 터미널로 갈지 원격 주기장으로 갈지 나타난 갈림길에 제발 ***리모트만 피해달라 속으로 빌었는데 다행히 터미널에 주기했다. 탈 때도 내릴 때도 원격 주기장이면 너무 귀찮잖아, 라는 게 시답잖은 이유였다. 다행히도 김해공항에 내린 후에는 탑승구가 붙어있는 주기장으로 향했다. 들뜬 마음으로 탑승교를 건너 글쎄, 한 4년 만에 부산 땅에 발 끝이 닿았다.

***리모트 : 원격 주기장을 뜻하는 단어. 현장에서 사용.





한 줄 소감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 그냥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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