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진 Apr 07. 2021

하늘에서 엔진이 내린다면

머리 위 조심하세요. PW4000과 B777 운항 금지

항공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보잉의 주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아닐까?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쏘듯이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보잉의 주식을 올해 들어 5000만 달러 어치나 모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보잉사의 기체 문제를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화성 이주할 때쯤 보잉이 쏜 우주선을 타게 된다면 이건 성공한 투자였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B737max가 설계 결함 때문에 이제야 뒤뚱거리며 제대로 날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는 꽤 오래된 기종인 B777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 금지 처분을 받았다. 조금 오래된 이슈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유나이티드항공 328편의 호놀룰루행 비행에서부터였는데, 21년 2월 21일 덴버를 이륙하자마자 우측 엔진에 심각한 손상이 발견되었고 두 개의 팬 블레이드가 부러졌다. 무서운 건, 비행기가 지나갔던 길 아래로 엄청난 크기의 엔진 파편들이 떨어져 덴버 도심가의 주택과 차량을 파손시켰다는 것. 다행히도 인명 피해 없이 지나갔기에, 그냥 단순히 저 비행기 엔진만의 문제였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 날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는 거.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공항에서 이륙하여 뉴욕으로 가던 롱테일 항공(LGT) 5504편도(기종 744, 화물기) 이륙하자마자 엔진 이상이 생겨 벨기에로 회항했다. 이 비행기는 근처 주택가 차량에 떨어진 날카로운 엔진 부품을 내렸고 한 여성이 부품에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유나이티드 328편 엔진 화재 사진. CNN.


내 옆에 있던 엔진이 불타올라 파편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에서 창가에 앉아있던 승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엔진 하나만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걸 아는 나조차도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 같다. 다행히도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설계되는 항공기는 엔진 하나만 있어도 일정 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B777의 경우에는 330분의 *ETOPS 인증을 받은 기체이기 때문에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하나가 5시간 동안 열일하면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사고를 염두에 두고 항공기 이착륙 플랜을 관리하는 운항관리사가 회항할 목적 공항을 여러 곳 지정해둔다.


하얗게 표시된 부분이 ETOPS-180인증시 비행할 수 있는 경로다.
*ETOPS(Extended 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s) : 엔진이 두 개인 항공기가 비행 중 하나의 엔진이 고장나도 정상 운항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제한 시간. 뒤 쪽에 붙는 숫자에 단위는 ‘분’을 사용한다. 기종별로 다르며 최대 ETOPS-370min 까지 있다. 이 정도 되면 망망대해에서 고장나도 어느 공항에든 착륙할 수 있을 정도.


뚜껑을 열어보니 심각하게도 두 엔진 모두 프랫 앤 휘트니사의 PW4000계열이었고 유나이티드의 B777은 PW4000-112을, 롱테일의 B747은 PW4000-94를 장착 중이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동일 엔진의 문제 때문에 보잉은 미연방항공청보다 빨리 항공사들에게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을 권고했다. 앞서 설명한 두 사고는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엔진 사고들이지만 PW4000은 고장의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엔진이었다. 2016년 대한항공의 773이 엔진 화재로 이륙을 중단했고, 3년 전 유나이티드 항공의 777이 호놀룰루로 가던 중 비슷한 엔진 사고를 겪었고, 불과 5개월 전 전일본공수의 777도 비슷한 엔진 사고를 경험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국적사들도 772와 773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특히 잘 날아다니고 있던 아시아나의 777은 이 사고 때문에 인천공항 계류장에 발이 묶였다. LCC 중에서는 유일하게 E급 중장거리 기종인 진에어의 항공기도 B772인 바람에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코로나에 연속해서 악재가 계속 터지는데 태양처럼 밝았던 항공산업은 언제나 다시 중천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자잘한 사고가 큰 인명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고 느낀다.


주식으로 시작했으니 수미상관을 적용해서 글을 마무리해보자면, 최근에 201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보잉의 신규 기체 주문수가 주문 취소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보잉의 1주 가격이 아직 최고점인 400달러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 20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으니까 지금이 기회일지도(?).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보잉의 미래는 여객기보다는 무인기나 항공우주 쪽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단기 투자를 할 것이냐, 가치 투자를 할 것이냐...?! 어딜 보고 투자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니까. 그렇지만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내일이 오늘과 같은 내일일지 아무도 모르고, 모레가 내일과 같은 모레일지는 또 아무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