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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Apr 02. 2021

제5회 세계항공컨퍼런스 : 포스트 코로나, 인천공항은?

보복 여행이 가득하길 바라며

지난 3월 29일은 인천공항의 스무 살 생일이었다. 나로코만 아니었다면 작년 통계로 역대 최다 승객 등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을 텐데, 역대 최대로 초라한 모습으로 개항 20주년을 맞았다. 높은 곳에서 한창 바쁘게 휘날리던 인천공항의 명성이 온 나라에 힘차게 퍼질 때 함께 높은 곳에서 한창 바쁘게 떠드는 관제탑으로 들어왔건만 뭔가 꼬인 것 같기도 하다. 지면에서 10층이나 떨어진 관제실에서 폭죽을 팡팡 터뜨리며 세계 1등 공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기여했다고 뿌듯해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좀 찝찝하게 되었다. 달달한 마이쮸를 입에 까 넣었는데 알고 보니 아이셔였다든가. 뭐 그런 이상한 기분으로 어제를 맞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표와 같이 나는 항상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창 우울할 때에는 당장 오늘이 살기 힘들어 내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긴 했지만 백신이 점점 더 보급되고 있는 요즘에는 비행기로만 꽉 찬 하늘을 상상하며 다시 행복한 미래에 기대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론과 미디어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예쁘장한 말이지만 실제로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기회에 우연히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항공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세션이 주목받아야만 하는 좋은 강연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왕이면 온라인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어 굳이 회의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5회 세계항공컨퍼런스 시작 전, 현장


그간 많으면 약 천여 명의 참가자를 모았던 항공컨퍼런스가 이번에는 아주 적은 수의 관중만을 데리고 시작하게 되었다.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 참관이 가능했고 재미있게도 온라인 참관자들은 행사 관계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세션의 발언자들도 현장이 아니라 각자 편한 장소에서 줌 화상회의를 통해 강연하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책상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반강제로 충실하게 지키게 되었다. 원래 그럴 요량이긴 했으나. 입장 발열체크, 소독, 체크인, 방역 물품들까지 준비를 많이 하느라 참 애쓰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면서 기뻤다. 대학생이었다면 꿈도 못 꿨을 그 현장에 내가 와 있구나! 비로소 직업이 있는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느꼈다.


말이 길었지만 어쨌든 현장에 가니 뭔가 괜히 들떴다. 커다란 홀에서 느껴지는 글로벌하면서 전문적인 느낌이 처음이었어서 그럴까?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취준할 시간을 쪼개고 애써가며 준비했던 ‘LCC 수익 증대 방안’에 대한 그룹과제를 발표할 당시의 강의실과는 조금 과장해서 천지차이였다. 푸른 농지 어디 즈음에서 막 상경한 시골쥐 같은 모습으로 두리번거렸던 것 같다. 늘 그렇듯 표정은 무심했겠지만. 감사하게도 컨퍼런스는 그렇게 뒤쪽에 퍼져 앉은 촌스러운 시골쥐를 데리고 시작했다.


팜플렛. 대학생이었다면 받자마자 당연하게 찍었을 사진인데 어제는 찍기 전 조금 고민했다.


항공산업이 타격을 입었다는 건 교통을 통제하는 내가 피부로 느껴왔던 거지만 여러 연사의 발표에서 들은 구체적인 수치는 더 심각했다. 2019년 49억여 명이던 항공 승객수는 2020년 약 27억 명으로 줄었고, 이 숫자는 무려 2003년의 수치와 동일하다고 한다. ICAO에서 발족한 *CART는 after-corona를 대비하고 있는데 첫째로 점진적으로 공적지원을 줄여나가면서 항공사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울 것이며, 둘째로는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항공 비즈니스 모델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며, 셋째로는 항공시스템의 위기극복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에 관심 갖고 찾아보기는 어려운 내용들인데, 회의 주제에 가장 들어맞는 구체적인 상황이 브리핑되어서 좋았다.

*CART(Council Aviaion Recovery Taskforce) : ICAO의 TF팀으로 코로나 이후의 항공수요 회복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수요 회복이 가장 느리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폐쇄적인 국경 개방 정책을 꼽았다. 아태지역 국가 전체의 65%가 여행에 대해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고 있는데 반해 아메리카는 약 20%만이 그렇게 하고 있다. 더해 한중일과 호주, 싱가포르 정도의 부국을 보유하고 있는 아태지역은 그 외 개도국의 백신 보급 상태도 좋지 않다는 점이 수요 회복기를 불투명하게 한다. UNWTO에서 3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아태지역의 항공교통 수요 회복이 가장 느릴 것으로 과반수 이상이 입을 모아 전망했다고 한다. 참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몇 년간은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지 면적이 넓어 국내선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중국에는 벌써 새로운 항공기를 주문한 항공사도 있다는 기사를 보고 중국의 사정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많은 항공교통량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서 오는 인천공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춤했던 항공교통량은 2009년 이후 급격히 성장한 전례가 있기에, 아주 조금의 긍정적인 전망을 해보자면 백신이 완전히 보급되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항공 여행이나 출장을 가능하게 한다면 다시 수요가 탄력적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보복 소비'와 함께 '보복 여행'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환경이 예전과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전자상거래가 점점 더 보편화되면서 buy online, take offline이 실현될 것이며 공항 이용객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공항 이용 시 습관을 바꿀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5%였으며, 그 65% 중 91%는 태블릿이나 핸드폰, 노트북으로 쇼핑을 즐길 것이고, 44%는 쇼핑을 '덜'하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Source : e-commerce 서비스 제공업체 AOE CEO 발표, m1nd-set Research

그간 면세점 등 상업시설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가지고 운영했던 인천공항이 앞으로 어떤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창출해야 할지, 약 5-10년 동안 시간을 더 가지고 고민할 수 있었던 문제가 당장 내년 또는 내후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 같다.


***UAM에 대한 발표도 흥미로운 주제였는데, 지속적으로 커지게 될 UAM시장의 초기 모델은 공항 셔틀이기 때문에 양 공항공사는 각각 운송시설 제작사와 통신사와 MOU를 맺고 도심 항공교통의 시작을 추진하고 있다. 재미있는 미래 기술이기 때문에, 이건 관제랑 엮어서 다시 잘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 관제사 국가자격증이 나오게 된다면 취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UAM(Urban Air Mobility) : 에어 택시, 드론 택시 등으로 일컬어지는 교통수단. 드디어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행사장에서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지는 발표들을 듣고 있자니, 온 시간을 집중하는 건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떨쳐낸 것 같았다. 전 세계의 모든 항공산업 종사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으니,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다들 기쁜 마음으로 여권을 챙겨 인천공항에 놀러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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