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도 QDA도 Good day!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사람끼리는 서로 미워하는 걸까. 내 생각과 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걸까. 다르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렵나. 죽이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서로 갈라져 싸우면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나.
아시아계 인종차별로 서양이 연일 시끄럽다. 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적 범죄를 그만해 달라고 호소하는 판이니 말 다했다. 지나가는 노인들을 이유도 없이 밀치질 않나, 마스크를 쓰라고 요청하는 택시 기사를 조롱하질 않나, 곧 화성에 살으리랏다-하는 과학 문명의 발달은 참 대단하지만 의식 수준은 늘 그렇지 못하다고 느낀다. 이런 슬픈 기사엔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기는 댓글도 달린다.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라는. 서양에선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넘치는데 동양은 동양끼리 또 싸운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던 말도 있는데, 물론 동의하기 어렵지만, 요즘은 병보다는 사람을 더 미워하는 것 같다. 사람보다는 코로나를 미워해보자라고 늘 마음먹는다. 삶이 힘드니 마음에 생긴 분노가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같다. 동북공정에 윤동주는 중국인이다 우기기까지 해내는 중국 정부를 보면 그래, 미워하지 않기도 참 어렵긴 하다. 일본 정부도 참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이 왜 서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겠다. 반대로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나는 한국과 일본을 싫어하지 않았을까. 애국심은 배타적인 감정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천공항에서 늘 외국 비행기를 공평하게 맞아야 한다. 저 비행기는 일본 거니까 이동에 후순위를 매기고, 저 비행기는 중국 거니까 일부러 지연시키고, 그럴 순 없다. 못 알아들었다며 say again? 하면 1.5배 천천히 말해주기도 해야 한다. 당연히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일에 소모하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특정 국적기에 불이익을 주는 관제사는 물론 아무도 없다.), 코시국에도 어쩔 수 없이 나는 위아 더 월드가 좋은 사람이니까.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어눌하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외국인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잘하는데 어디에서 배웠냐고 물어보고 싶다.
코로나 덕분에 요즘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의 화물 비행기가 자주 인천을 찾는다. 오늘은 전일본공수 비행기가 푸시백을 마치고 이동하면서 인사로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다. 일본어로 인사해주고 싶었지만 사요나라 빼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바이바이로 보냈다. 존댓말로 완벽히 구사한 작별 인사를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한국 사람이 밉지 않은 걸까? 100년 후에는 과연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잊고 살 수 있을까?
싫어도 우리는 중국 일본과 너무 가깝다. 물리적인 거리는 거의 같은 나라인 수준이고, 굳이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가 나뉘기 전에는 비슷한 계열의 민족이다. 한국에는 중국에서 온 성씨가 다수 있고 일본은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래서 관제석에서 마이크를 잡는 동안에는 혐오와 많이 멀어져 보려고 한다. 다음에는 한국말로 ‘안녕히 계세요.’ 하는 일본인 조종사에게 ‘오키오츠케테 お気をつけて.’ 할 수 있을 만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