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할 새도 없이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바뀌어버리죠?
이번 달엔 무슨 귀차니즘이 발동했는지 한 편도 글을 업로드하지 않았다. 올해 목표 : 구독자 100명 만들기!라는 거창한 꿈을 세워놓고서는 글 쓸 거리 없나~ 하며 살짝 매너리즘에 빠졌던 눈치다. 아마 100명은 못 채우겠지만 그래도 업로드를 쉬는 사이에 야금야금 늘어나는 구독자 수를 보며 고마움을 느낀다. 읽는 사람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재주는 없는 것 같이 손길 가는 대로 끄적여내려가는 지저분한 글이지만 쓰는 동안에는 내가 뭘 좋아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게 또 이 글이라서, 그래서 뭐가 됐든 그냥 내키면 또 쓰겠거니 한다.
얼마 전엔 관제탑에서 어떤 주제로 내가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논의가 오갔다. 야~ 요즘 젊은 애들은(흔히 사원급인 MZ세대를 가리킴)~으로 으레 시작하는 그 이야깃거리다. 세대갈등이라는 소재는 나만 겪는 사회 이슈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문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굉장히 오래되고 고리타분한 문제다. 수다를 떨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부각된 이 세대 간 갈등이 사실 내가 속한 세대인 90년생보다는 00년생 이후 탄생자들인 뉴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로 나오면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내가 대학 졸업반일 쯤부터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에 학교 동아리에서 선배들(?)한테 '너 꼰대야!'라는 장난 섞인 이야기를 들었었다. 장난이 아니었나? 여튼 내가 입학하고, 몇 번의 해가 더 지난 후 00년생이 학교에 입성할 때쯤 그 은어가 표준어마냥 떠돌아다녔다.
둘째, 그 꼰대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서열식으로 진행되는 대학의 모든 부조리한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 1학년은 필수로 거쳐가던 장기자랑, 게임을 신입생들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이걸 왜? 하기 싫음. 기수제로 운영되던 우리 동아리도 기수제를 폐지하다시피 하는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동아리 고참이던 나와 내 동기들은 그래, 요즘 시대에 이게 무슨 짓이야, 하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셋째, 이건 수다 떨던 그 현장에서 들은 말인데, 대학에서 점점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아니 그럼 선배를 선배라고 하지 뭐라 해?라고 생각했는데 '00 님, 00 씨'와 같이 중립적인 표현을 쓴다고 한다. 우리 때는 오글거려서 못 쓰겠다 했던 그 표현이 우리 바로 이후 세대에서는 선후배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의 표현으로 사용되는구나, 하며 신기했다.
넷째, 대학을 벗어나서 요즘에 회사에 들어오는 인턴사원들이 또 다르다고 한다.(결국 이 세대가 00년생 이후 세대다.) 우리 회사는 내부적으로 팀끼리 식사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있는 편인데, 점심시간에 예고 없이 동기들과 식사하러 간다든지(!) 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아니면 흰 티에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쿨하게 출근한다든지?! 비즈니스 캐주얼만 용인되다시피 했던 우리 회사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니 또 새로웠다.
여기에서 뉴 밀레니얼 세대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90년대 이전의 MZ세대는 기성세대의 관습이 맘에 들지 않아도 어찌어찌 따라가거나 따라가는 흉내라도 낸다. (정시 출퇴근을 격하게 바라지만 억지로 30분 일찍 출근하고, 20분 늦게 퇴근함.) 눈치를 본다는 얘기다. 근데 뉴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어떤 일이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면서 동시에 하기 싫으면 쿨하게 안 한다. 기성세대 눈치도 안 본다. 왜냐?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바뀌고, 내 눈앞에 있는 저 사람의 기분보다는 내 기분이 훨씬 중요하며, 워라밸은 너무나 당연한 가치이고, 회사는 내 전부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워라밸과 평생직장 사이에서 내 삶의 정체성을 빨리 찾아야겠다.
그리고 이 글의 결론 및 요지 : 팀장님 차장님 부장님 임원진들은 90년대생들의 행동에 놀라지마시고 이제는 00년대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