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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May 07. 2021

[UAM]드론 택시는 비행기랑 부딪히지 않을까?

UAM, UTM, 그리고 ATM

여의도 한강을 배경으로 날고 있는 이항의 2인승 UAM EH216,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는 UAM의 성공이 예상되는 서울시 한가운데 상공에 드론 택시를 띄웠다. 도심항공교통(UAM)의 실증 행사로서 이루어진 이 비행은 해발 50m상공(약 160ft)에서 7분간 이뤄졌다. 국토부에서 도심항공교통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홍보했던 큰 행사였기에 기체 제작사인 중국 이항(Ehang)도 한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급등주 물결을 탄 데다가 캐시 우드의 우주항공 ETF에 이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항의 주가는 1주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이항 공매도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이항의 주 고객으로 알려졌던 '쿤샹'이라는 회사가 거의 유령회사나 다름없다는 비밀이 폭로되었다. 회계조작과 더불어 어느 기업에서 받아온 부품을 뚝딱 조립만 하고 있는 이항 공장의 충격적이고 텅 빈 내부도 함께. 쿤샹의 웹사이트에 적힌 본사 주소는 호텔 주소(!)였으며 드론 택시를 제조한다던 이항 공장에는 열심히 일하는 경비원 한 명만이 보였다고 한다. 만약 120달러 고점에 이항 주식을 샀다면, 지금은 약 2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니, 수익률이 약 -85%인 것이다. 지금, 이항의 실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부정적인 이야기도 공존하니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부정으로 얼룩진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과 그 회사의 드론 택시를 타는 건 다른 문제다. 회계 조작이야 숫자 가지고 장난쳤구나 하면서 주식에 괜히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말면 되지만, 그런 문제가 있는 회사의 완제기인 드론을 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상 교통수단처럼 '정지'할 수가 없는 비행 수단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시되는 것은 당연하니까. 탑승객은 일단 기체 자체의 안전함을 믿어야 드론 택시를 타든 말든 할 수 있고, 그게 해결되면 공중에서 과연 다른 비행기나 헬기랑은 부딪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이건, 헬기나 드론에 정말 무지했던 내가 UAM 실현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문제였다.


다행히도 드론 택시와 일반 비행체를 분리하는 개념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항공분야 선진국인 미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에서는 UAS(Unmanned Aircraft System)과 UAM(Urban Air Mobility)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기준을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참고되는 문서는 FAA의 UAM ConOps v1.0 문서다. 이 운항 기준(Concept of Operations)에서는 UAS의 항공교통관리를 UAM, UTM, ATM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UAM, UTM, ATM을 비교하는 그림. FAA


UAM은 UAM Corridor라고 하는 회랑 내에서 비행하는 UAM에 대한 교통관리를 말한다. UAM 교통관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FAA UAM ConOps 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여객기와 같은 고정익 항공기 등은 UAM 회랑 내에서의 비행이 불가능하며 회랑을 건너는 것(cross)만 가능하다. 이 시스템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포함되어있고, PSU(Provider of Service for UAM)은 그중 하나의 개별체다.

UTM(UAS Traffic Management)은 400ft *AGL의 이하에서 비행하는 UAS(Unmmaned Aircraft System)을 대상으로 한 교통관리다. FAA 관련 문서는 UTM ConOps 2.0인데, 문서 길이가 매우 길고 빽빽하오니, 부디 안경을 착용하고 문서를 열어 보시길.

ATM(Air Traffic Management)는 모든 공역 내에서, UAM 환경(UAM Corridor)에 속하지 않고 운영되는 유무인 비행체를 대상으로 한다.

*AGL(Above Ground Level) : 절대 고도. 평균 해수면 기준이 아니고, 지표면 위에서 수직으로 측정한 높이를 뜻함.


FAA의 ConOps를 확인하면 그림으로도, 글로도 UAM과 ATM이 구분이 잘 되도록 적절히 표시되어 있지만 아직 공항 근처에서는 당장 이착륙기와 어떻게 분리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 예를 들어, 인천 공항의 네 개 활주로 사이에 떡하니 vertiport를 지어 둔다면 활주로는 어떻게 건널 것인지. 여객기의 착륙이나 이륙 path를 건너가야 한다면 **장애물 제한표면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해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곧 해결안이 나오지 싶다.

**장애물 제한표면 : 비행장 근처에서 항공기 이착륙에 방해가 되는 공역을 지정하여 지형, 지물 설치에 제한을 둔 표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드론 택시와 비행기를 완벽히 분리하기 위해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아직 참조할만한 대박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곧 미래 교통의 중심이 될 미개척 분야에 대해, 도심이 복작이는 국가들이 각자의 연구팀을 앞세워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요즘에는 미생인 내가 과연 여기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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