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만 플라잉드론이 플라잉카보다 더 멋져요!
아주 어린 학생 때 우주소년단(아람단)이라는 과학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했다. 경험우선주의인 성격이라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은 나는데, 왜 하필 걸스카우트도 보이스카우트도 아닌 '우주'소년단에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학보다는 사회를, 수학보다는 국어를 좋아했던 천성이 문과인 인간인지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주소년단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했던 기억도 난다. 뭣도 모르고 물로켓을 직접 만들어서 어느 뒷마당에서 로켓을 날려버리는 모형로켓 경진대회에 나갔던 기억도 있고, 미래 세상에 대해 그려보는 미술대회에서 그림도 그렸던 것 같다. 야무진 손길과는 영 거리가 멀어 수상했던 기억은 없지만...
미래 세상을 상상해서 그려보세요!라고 주제를 던져줘 버리는 초등학생 미술대회에 나가면 으레 그렇듯이, 대부분의 친구들이 외계인처럼 요상하게 생긴 높은 건물과 그 사이를 날아다는 자동차를 그린다. 나도 그랬던 것 같고. 그렇게 유치원생, 초등학생 때는 당연히 2030년쯤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겠거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플라잉카는 아니고, '플라잉드론'이라는 이름의 UAM으로.
UAM은 Urban Air Mobility의 약자로, 도심항공교통을 말한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드론을 상용화시켜서 사람들의 운송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교통수단이다.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점점 증가하고, 인구의 수도권 밀집 현상으로 더 이상 땅에서는 뻥뻥 뚫리는 시원한 교통흐름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왜 그럼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드론이 날아다니느냐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의 일환으로 초기에 먼저 개발되기 시작한 플라잉카는 내연기관이기 때문에 소음문제와 공해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또 대부분이 수직 이착륙(VTOL,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이 불가능해 활주로라는 거대한 시설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굳이 매연도 내뿜고 시끄럽기까지 한 자동차를 날려버려야 할 이유가 있나? 전기 배터리로 수직이착륙까지 가능한 움직이는 드론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요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플라잉카가 아닌 플라잉드론인 UAM에 대한 연구다.
다른 항공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UAM 개념의 도입과 연구 시작이 늦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주도로 로드맵을 기획하면서부터 그 연구와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2025년에는 UAM 에어택시 상용화 서비스를 목표로 공항공사, 기체 개발사, 통신사 등 기업 집단이 다 같이 열심히 달리고 있다. 특히 수도 서울은 전 세계 UAM 실현 유망 도시 75개 도시 중에서도 *헬리포트(1위), 인구밀집도(5위), 소득수준(4위) 등 상위에 랭크되며 UAM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 UAM이 잘 자리 잡는다면, 아침에 일 분 일 초가 바쁜 직장인들은 가벼운 드론 택시를 타고 답답한 도로가 아닌 하늘길을 통해 회사로 신나게 출근할 수 있다. 날아다니기 때문에 택시나 자가용보다 빠른 것은 덤.
*출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K-UAM 로드맵, 2020, 국토교통부
UAM은 개발 초기에 공항 셔틀로서의 활용성을 갖는다. 그래서 지금은 공항 근처에 UAM이 뜨고 내릴 수 있는 버티스톱(Vertistop)과 이착륙뿐만 아니라 전기배터리 충전과 정비까지 가능하게 하는 버티포트(Vertiport)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두 시설의 구축 개념은 모두 우버 엘리베이트의 2016년 UAM 개발 백서에서 나온 것으로, 우버는 UAM의 상용화를 통해 전체적으로는 메가 스카이포트(Mega Skyport)를 구성할 계획을 세웠다. 공항 셔틀 개념에서 시작된 UAM 시장은 결국에는 통근 용도로 사용성이 넓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권(도시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나 멋진 미래 교통수단 계획을 우버는 벌써 5년 전 구체적인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쌓아왔다. 우버의 계획에 따르면, 우버 자동차를 통해 집에서 버티포트까지 이동한 고객들은 또다시 우버의 수직이착륙기 UAM을 통해 제한 없이 하늘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공항이라는 개념의 스카이포트(skyport)와 버티포트(vertiport) 얘기가 나왔으니 공항과 비교해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우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UAM 운영 계획은 다음과 같다.
- (우버UAM) 시간당 수직이륙 1,000회와 수직착륙 1,000회 vs 인천공항 시간당 슬롯 75회
- (우버UAM) 시간당 처리 승객 수 최소 2,000명에서 최대 4,000명 vs 인천공항 시간당 처리 승객 수 약 8,000명
- (우버UAM) 이륙패드 6개와 착륙패드 6개, 최종착륙접근 절차 6개 vs 인천공항 활주로 3개. 동시 이착륙 불가
- (우버UAM) 바람 방향과 상관없이 유동적으로 운영 가능 vs 인천공항 바람 방향이 바뀌면 활주로 방향 변경해야 함
이러니까 미래 기술이구나! 싶을 정도로 기존 공항보다 훨씬 유연한 설계 덕분에 많은 교통량 처리가 가능하다. 공항의 활주로 개념을 대신하는 패드 숫자는 4배일 뿐인데, 시간당 이착륙 횟수가 26배가 되는 점은 또다시 놀랍다. 소수 인원만 탑승하게 되는 개인용 비행체인 덕분에 한 비행기에 2-300명씩 탑승하는 공항보다는 처리 승객수는 적지만, 그 외의 운영 목표들은 딱딱하기 그지없는 하드웨어인 공항과 비교해 큰 장점이 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구상 목표일 뿐이고, 실제로 이렇게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K-UAM 구축을 위해 각 기업에서도 전담 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회의를 열어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걸 보니 진짜 UAM 상용화가 턱 밑에까지 차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초기에는 탑승객을 안심시키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정말 2035년 쯤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새 교통수단이 되지 않을까?
"오늘 회사에 지각할까봐 드론택시 타고 왔어요!" 라는 말이 들리는 미래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