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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Sep 09. 2022

돌고래는 움직일 수 없는 공항 길

A380은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이쯤 되면 수공양용 기체라고 불러야


에어버스의 대형기종인 A380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애 동물인 돌고래를 닮았다. 세로로도 크기가 어마어마하고, 가로로도 크기가 어마어마한 것이 바다를 주름잡는 큰 고래와 비견될 만하다. 유도로 위에 있는 A380 옆을 B737과 같은 (비교적) 작은 기종이 지나가면 그게 마치 바다의 왕 고래 옆을 지나가는 고등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멀리서 봐도 딱 알 수 있는 초대형 사이즈답게, 날개의 폭도 아주 큰 편이라서 인천공항에는 이 돌고래가 지나갈 수 없는 길이 있다.


이왕 공항을 설계할 때 좀 널찍하고 크게 크게 만들어서 A380을 전부 다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2007년에 갑툭튀 해버린 이 기종이 온 공항을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하기에는 공항 부지가 좀 작았나 보다. 하나의 예로, A380은 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의 계류장유도선인 D2와 D3에서 이동이 불가하다.



빨강 점선으로 표시된 길은 A380이 이동할 수 없는 유도로이다.



어차피 기재 특성상 화물기로는 사용되지 않는 기종이니 화물터미널에서 다니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아니다. 여객터미널 근처 유도로에도 A380이 다닐 수 없는 길이 존재하는데, 아직까진 국적사(대한항공/아시아나)들이 A380을 여객기로 많이 굴리고 있다. 그리고 특히 F급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주기장인 탑승동 106, 110, 112, 122, 126번 게이트에 바로 붙어있는 유도로인 AN에서는 A380을 이동시킬 수 없어 이것 참 난감하다. 그래서 A380들이 탑승동 F급 주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R9유도로에서 AN를 가로질러 게이트로 직진입해야만 한다.


이건 조금 단순한 케이스이고, 공항 계류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존재하는 R1 유도로의 일부 구간도 A380이 이동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 사용한다. 특히나 계류장 안쪽 지역에서만 움직이는 견인 항공기의 경우에는 R1과 R4의 사용빈도가 잦은 편인데, R1의 R9~R8 사이 구간에서 A380 운영이 불가해 굳이 먼 거리를 R4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문제는 지금 R4구간 또한 공사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니 계류장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해도 충분할 길을 요즘에는 A와 M 유도로 등 평행유도로를 사용해서 이동해야 한다.


AN유도로에 비행기가 다닐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F급 항공기 기준으로, 계류장유도선과 장애물(차량 등)까지의 간격은 최소 47.5m가 되어야 하는데, 이 AN유도로와 차량 도로까지의 거리는 41.5m로 그 최소 간격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돌고래 비행기의 몸집이 어찌나 큰지, 뉴욕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 서서 길을 꽉 막아버린 대한항공 A380의 사례도 유튜브에 올라와있을 정도이다. 비단 뉴욕만의 일이 아니고, 인천에서도 A380 바로 옆 유도로를 지나가도록 지시하면 조종사들의 문의가 빗발치니, 옆에 지나가기에 크게 부담이 되는 거대한 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공항 중심으로 돌아갈 거라던 항공시장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항공사들의 주문이 연달아 취소되어 A380이 단종되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고래 비행기는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진짜 고래는 아직 에어버스에 화물기로서 남아있다. 바로 벨루가XL이라는 대형 모델인데, 이름처럼 진짜 생김새가 흰돌고래를 닮은 기종이다.



재밌게도 동체에 그려진 눈과 입은 그래픽이 아니라 진짜다!



이 비행기는 여객수송용이 아니라 항공기 동체나 부품을 운반하기 위해 크게 만들어진 화물기로서 제 역할을 다 한다. 그래서 어떤 항공사 소속의 비행기는 될 수 없고, 에어버스가 비행기 부품 등 운송용으로 약 6대를 굴릴 예정이다. 무려 51톤을 실을 수 있는 이 고래는 에어버스 A350 기종의 날개를 한꺼번에 두 개나 운반할 수 있다. 주로 유럽 대륙 안에서 돌아다닐 거라고 하니 인천에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실제로 언젠가 꼭 보고 싶은 기종 중에 하나다.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여러 가지 돌고래 소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던데, 이번 기회에 벨루가XL 모형비행기도 같이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는 건.. 나만의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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