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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Jul 19. 2022

비행기가 다니는 길 위, 쓰레기를 주워라

plogging on the ground, yo

플로깅(plogging)이라는 단어는 아직 우리에겐 생소하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말인 플로깅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조깅을 하며 체력을 단련한다는 두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개념이다. 아직은 어린이날이 기쁘던 그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길가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주우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내가 했던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플로깅이었겠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플로깅을 숨 쉬듯이 실천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공항이다.



에어사이드의 노란 유도로중심선 위로 푸시백(후방견인)당하고 있는 비행기. 유도로 위가 깨끗해 보인다.



공항은 크게 여객이 출국 수속하기 전 짐도 부치고 밥도 먹고 하는 터미널과 같은 공간을 의미하는 랜드사이드(landside)와, 수속 이후 출국 상태가 되어 면세 쇼핑을 하는 터미널과 같은 공간 그리고 활주로나 유도로 등 항행시설이 위치한 에어사이드(airside)로 나뉘어 있다. 특히 공항 현장에서 낮밤 없이 근무하는 관제사나, 지상조업사와 같은 인원들은 공항 구역 중 E구역이라고 불리는 에어사이드 이동지역에 거의 매일 출입한다. E구역에 포함되는 곳 중에서도 비행기가 직접 바퀴 굴려 지나다니는 길인 유도로, 특히 활주로 위는 반드시 깨끗해야 한다. 랜딩기어가 잘못 밟고 지나가 딱딱한 물체 같은 것이 튀어 오르면 항공기 동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지역 땅 위에 방치된 쓰레기를 우리는 FOD(Foreign Object Debris)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다.


각 기관에서 정의하는 FOD의 뜻은 다음과 같다.

*[미연방항공청(FAA)] As defined in AC 150/5210-24, Airport Foreign Object Debris ( FOD ) Management, FOD is any object, live or not, located in an inappropriate location in the airport environment that has the capacity to injure airport or air carrier personnel and damage aircraft.
*[인천공항] 지장물(Foreign Object Debris (FOD)) :  이동지역 내에 항공기 운항에 잠정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이물질 또는 파편을 말한다.

지장물이라는 한글 단어가 있었다는 걸 이제 알았다. 아마 아무도 못 알아듣....(,,,)

심지어는 '사람'또한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적절하지 않은 공항 이동지역의 어떤 장소에 놓여있다면 FOD로 취급할 수 있다.



대부분의 FOD 항공기의 엔진을 점검하거나, 등화시설 또는 유도로시설에 대한 보수작업을   많이 발생. 그래서 지상조업사나 작업자  이동지역  직원들은 작업  후로 FOD 반드시 확인하고 수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았거나 바람에 날려 멀리 도망간 FOD 이동지역의 안전을 관리하는 공항 부서에서 차를 타고 유도로 등을 점검하다가 수거한다.



야간에는 색색의 등화 덕분에 유도로가 한층 더 예뻐진다.



얼마 전에는 관제탑에서 차를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가던 도중에, 유도로와 차량 도로 교차점 위에서 딱 정지하는 지상조업 장비와 마주쳤다. 여긴 항공기가 지나다니는 길이라 정지하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는데 지상조업사 소속으로 보이는 직원분이 문을 열고 장비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 그러면 더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멈추어 서서는 그 위에 떨어진 쇳조각으로 보이는 FOD를 주우시고는 다시 장비에 올라타셨다. 직접 FOD를 수거하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정말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 위에 떨어진 쇳조각이든, 비닐봉지든,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에 위험요소가 될만한 것을 줍는 저 정도의 센스는 필요하겠구나 하며 정말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륙활주 도중에 활주로 위에 떨어져있는 작은 부품을 밟고 사고가 난 사례가 있듯이, FOD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유도로든 활주로든 비행기가 다니는 길 위에서는 FOD라고 불리는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줍는 행동이 항공안전에 기여하는 아주 멋진 봉사활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일처럼 비행기를 생각하고 FOD를 주우러 직접 장비에서 내렸던 그 직원분의 모습에서, 비닐봉투를 들고 담배꽁초를 주우러 다니던 어린 아이가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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