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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Sep 16. 2021

조용한 밤에 공항을 지키는 방법

feat. 오늘 무슨 요일이더라

새카만 밤에 공항을 떠나는 비행기는 많지 않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야 하는 사람의 특성상 그런 새벽 비행을 원하는 여객이 드물기도 하고. 기억에 내 첫 밤 비행은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으로 갔던 그날인데, 햇빛 하나 없는 창문 너머로 밤 풍경을 구경하는 게 좋았다. 분명 여름이었는데 기내가 너무 추웠다는 게 생생히 기억난다. 빛이 안 들어 더 그랬을까.



드라이브에 고이 잠들어있던 사진을 발굴했다


이제와서 이 사진을 보니까 탑승구가 몇 번인지 알 것 같다 ㅋ_ㅋ 114!


사실 그때에는 이렇게 당당하게 글을  올리는 관제사가  거라곤 별로 생각을 못해봤던 터라, 그냥  비행기고 베트남에 도착하면 또 밤이겠구나 하고 말았던 여행이었는데,  꼭두새벽에도 누군가 공항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와서야  와닿는다. 공항의 활주로나 항행시설이나 에어사이드, 랜드사이드도 전부 누군가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지상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혹시나 테러가 발생할까 대테러상황실도 24시간 돌아간다.  긴장상태로 대기하는 소방대도 빼놓으면 섭하지.


그런 의미에서 낮이든 밤이든 공항 이동지역 안에서의 항공기와 관련된 교통흐름은 관제사가 지킨다. 밤에야 다들 자는 시간이니 차량도 잘 다니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반드시 관제석을 지킨다. 김포공항처럼 *커퓨가 있다면 '이제 우리 문 닫으니까 오지 마세요~' 할 수 있겠는데 인천은 24시간 열어두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잠든 시각인 새벽 세-네시에도 주파수 교신은 이어진다. 더해서 빈 비행기를 이동시키느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견인차량과도 무전 교신한다. 한 두 시간마다 한마디 하게 되는 바람에 잠긴 목소리는 덤. 졸은 거 아닙니다.

*커퓨(Curfew) : 항공기 운항금지시간. 김포공항의 경우에는 한국시각으로 23시부터 06시까지.



물방울 너머로 보이는, 빈 비행기를 끌고가는 견인 차량



특히 새벽시간대에 아주 조용한 2터미널 관제석에서는 교신도 한 시간에 한 두 번하게 되는 마당에 딱히 관제라고 부를만한 게 **크게 없기 때문에, 주로 계류장 내 유도로 보수작업이나 항공등화 보수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항공기가 지나다니는 그 길 위에서 하필 작업을 많이 하게 되어서 좀 예민해지기도 한다.

**최근의 화물터미널은 예외지만, '항공기 간 충돌 방지'의 관점에서는 새벽시간대에 크게 분리해줄 게 없다. 오히려 작업차량과 항공기를 분리해주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조용한 밤에 들어가서 활기찬 아침에 퇴근하는 오늘 같은 야간 근무를 하고 나면 요일마다 다른 버스 배차 간격 때문에 퇴근길엔 꼭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참, 오늘 무슨 요일이지? 몇 분 차지?


요일 감각을 완전히 잊는 건 동료들도 대부분 비슷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쉬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며칠이지! 는 곧바로 기억나는데 오늘 무슨 요일이지! 가 안 된다.


근데 내일 무슨 요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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