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오늘 무슨 요일이더라
새카만 밤에 공항을 떠나는 비행기는 많지 않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야 하는 사람의 특성상 그런 새벽 비행을 원하는 여객이 드물기도 하고. 기억에 내 첫 밤 비행은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으로 갔던 그날인데, 햇빛 하나 없는 창문 너머로 밤 풍경을 구경하는 게 좋았다. 분명 여름이었는데 기내가 너무 추웠다는 게 생생히 기억난다. 빛이 안 들어 더 그랬을까.
사실 그때에는 이렇게 당당하게 글을 써 올리는 관제사가 될 거라곤 별로 생각을 못해봤던 터라, 그냥 밤 비행기고 베트남에 도착하면 또 밤이겠구나 하고 말았던 여행이었는데, 그 꼭두새벽에도 누군가 공항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와서야 좀 와닿는다. 공항의 활주로나 항행시설이나 에어사이드, 랜드사이드도 전부 누군가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지상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혹시나 테러가 발생할까 대테러상황실도 24시간 돌아간다. 늘 긴장상태로 대기하는 소방대도 빼놓으면 섭하지.
그런 의미에서 낮이든 밤이든 공항 이동지역 안에서의 항공기와 관련된 교통흐름은 관제사가 지킨다. 밤에야 다들 자는 시간이니 차량도 잘 다니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반드시 관제석을 지킨다. 김포공항처럼 *커퓨가 있다면 '이제 우리 문 닫으니까 오지 마세요~' 할 수 있겠는데 인천은 24시간 열어두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잠든 시각인 새벽 세-네시에도 주파수 교신은 이어진다. 더해서 빈 비행기를 이동시키느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견인차량과도 무전 교신한다. 한 두 시간마다 한마디 하게 되는 바람에 잠긴 목소리는 덤. 졸은 거 아닙니다.
*커퓨(Curfew) : 항공기 운항금지시간. 김포공항의 경우에는 한국시각으로 23시부터 06시까지.
특히 새벽시간대에 아주 조용한 2터미널 관제석에서는 교신도 한 시간에 한 두 번하게 되는 마당에 딱히 관제라고 부를만한 게 **크게 없기 때문에, 주로 계류장 내 유도로 보수작업이나 항공등화 보수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항공기가 지나다니는 그 길 위에서 하필 작업을 많이 하게 되어서 좀 예민해지기도 한다.
**최근의 화물터미널은 예외지만, '항공기 간 충돌 방지'의 관점에서는 새벽시간대에 크게 분리해줄 게 없다. 오히려 작업차량과 항공기를 분리해주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조용한 밤에 들어가서 활기찬 아침에 퇴근하는 오늘 같은 야간 근무를 하고 나면 요일마다 다른 버스 배차 간격 때문에 퇴근길엔 꼭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참, 오늘 무슨 요일이지? 몇 분 차지?
요일 감각을 완전히 잊는 건 동료들도 대부분 비슷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쉬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며칠이지! 는 곧바로 기억나는데 오늘 무슨 요일이지! 가 안 된다.
근데 내일 무슨 요일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