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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Sep 21. 2021

관제사가 되기에 적합한 MBTI 유형이 있다!

그게 바로 접니다. 훗.

이상하게 *mbti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혹자는 유사과학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사실 **두 명의 심리학자가 매달려서 만든 역사가 깊은 심리검사다. 대부분은 핸드폰으로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에서 몇 분만에 쿨하게 야매로 검사를 끝내버리고 본인의 성향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혈액형이나 별자리, 띠를 가지고 사람 성격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훨씬 논리적이고 통계학적인 신뢰도가 높다. mbti는 유사과학이 아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캐서린 브릭스와 딸래미 이사벨 마이어스가 제작. 칼 융의 심리적 유형 이론에 기반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식 mbti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mbti 검사를 본뜬 야매 인터넷 검사를 받고 결과를 믿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누군가는 본인의 mbti 정식 검사와 인터넷 검사 결과가 다르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내 mbti가 정식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 방금 또 ISTJ 같았어


mbti에 대해 나름 신랄하게 비판한 지난 글 <MBTI 좋아하세요?>의 마지막에서, 그렇다면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기에 적합한 mbti는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에 검색해봤다고 언급했다. 구글에 '관제사 mbti'로 검색하니 관제사는 ISTP 유형에 적합한 직업이라는 글이 많았다. 내 유형인 ISTJ가 관제사 그 자체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이렇게 관제하겠다!'라는 계획(J)을 세워도 단 5초 만에 와장창되는 것(P)이 관제라서, 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찾아보니 <에니어그램을 이용한 관제사의 성격유형과 직무만족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워낙 다운로드가 어려워 읽어보지 못했고 게다가 mbti 이야기가 아니라서 패스했다.


아주 찝찝한 검색 결과 때문에 지금까지 관제사와 mbti 관계를 궁금해한 사람이 없었다고?라는 의문이 생겼다. 아름다운 지식의 보고인 구글에서는 한국어보단 영어가  먹히기 때문에, '***atc mbti' 재검색해봤다. 무려 15 전에 미연방항공청(FAA)에서 연구한 논문이 검색되었다. <A Longitudinal Study of Myers-Briggs Personality Types in Air Traffic Controllers> 라니! 제목도 완벽하다.  궁금증을 해결해줄  같아서 읽어봤다.


***ATC(Air Traffic Controller) : 항공교통관제사


찾다 찾다 못 찾으면 무슨 유형이 관제사에 적합한가를 알기 위해 우리 팀 현장 근무자 약 30여분에게 변태처럼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천천히 전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연구를 대신해줬다. 무려 6,420명의 표본을 가지고.(역시 자본이 최고야) 이 숫자는 1982년과 1985년 사이에 미연방항공청의 항공교통관제사 선발과정에 입과한 사람 수로, 남성이 5,588명으로 전체의 약 87퍼센트를 차지했다. 나머지 832명이 여성이다.



일반인 vs 관제사의 mbti 분포 비율



여러 가지 지표가 있었지만 내 궁금중을 해결해주는 열쇠는 위의 사진이다. 해석해보자면, 남성 일반인은 ISTJ, ESTJ 비율이 각각 19.4퍼센트와 12.9퍼센트로 높다. 근데 바로 옆의 남성 관제사는 일반인보다 ISTJ와 ESTJ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 각각 24.1퍼센트와 21.9퍼센트로 두 유형을 합쳐 거의 전체의 반이다. 여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재밌는 건 여성 일반인은 ISFJ의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여성 관제사로 돋보기가 옮겨가면 아주 비율이 눈에 뵈지도 않을 만큼 작아진다는 것.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관제사는 FP보다는 TJ 유형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가 전부인 건 아니지만 내 궁금증에 원하는 답은 대략 나왔다. 관제사 중에서는 ISTJ와 ESTJ 유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건 이러한 유형을 가지고 있을 때 관제사라는 직업을 갖기가 쉬워진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ISTP가 관제사에 가장 적합한 유형이라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은 틀렸다. 심지어 ISTP의  분포 비율은 관제사 집단에서 더 낮거나 일반인과 같다.


또 하나 주목할 수치는 NTJ형의 약진이다. INTJ 또는 ENTJ 유형은 관제사 집단에서 일반인보다 그 분포 비율이 약 두 배, 많게는 네 배까지 뛰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TJ형 인간이라면, 관제사를 했어도 아주 잘했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근데 F형 인간의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건 좀 슬프다. 뭔가 결과를 알아보고 나니 관제사는 로봇인간집단인 것만 같다. 또는 나는 F이니까 관제사는 안 맞을 거야..라고 지레 겁을 먹는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있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너무 얽매일 필요는 또 없는 게, F형도 비율이 작을 뿐이지 있긴 있다는 거. 그리고 로봇인간집단에서도 감수성 풍부하고 감정이 깊은 F형이 필요하니까.


다정다감한 F도 타워에 있어야 해요..


결론 ;

관제사가 되고 싶은 당신! TJ형이라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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