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돈 관리’, 자산 관리라고 하면 복잡한 계산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읽게 된 짧은 글 하나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글은 단순히 ‘돈 관리란 돈의 흐름을 명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지출과 수입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기에, 그 단순한 진실 앞에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회사에서 자금팀 매니저로 일하며 하루 종일 기업의 수입과 지출, 은행 거래 내역을 확인한다. 작은 수수료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점검하면서 회사의 현금 흐름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의 돈에는 그렇게 철저하지 않았다. 월화수목금 하루 8시간을 회사의 돈에 쓰면서, 내 삶의 주도권을 쥐는 개인 자금은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한 현실적인 방법은 가계부 앱을 다운로드하고, 한 달간 내 모든 소비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1,500원짜리 커피까지 일일이 입력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작은 숫자들이 모여 내 소비의 그림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원피스, 쌓여만 가는 책, 아무렇지 않게 사 마신 음료들 -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소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단순히 돈을 기록했을 뿐인데, 이미 절반은 관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내가 적용한 두 번째 방법은 ‘예산 관리’였다. 회사에서 연말이 되면 철저히 예산을 짜고, 계획 안에서만 비용을 쓰는 것처럼, 나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해보기로 했다. 급여가 들어오면 얼마를 저축하고, 얼마를 투자하며, 얼마를 소비할지 미리 정해놓았다. 신기하게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쓰기 시작하니 돈이 부족하다는 불안은 줄고, 오히려 자유로움이 커졌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압박감 대신, “이 안에서 마음껏 써도 된다”는 심리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용한 것은 작은 금액부터라도 투자 습관을 들이는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투자를 “위험하다”는 편견 속에서 피했지만, 소액 적립식 펀드나 ETF는 달랐다. 만 원, 이만 원으로 시작한 투자가 어느새 차곡차곡 쌓이며 내 계좌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안정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돈이란 그냥 버는 것, 쓰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움직이는 대상이구나’라는 감각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돌아보면, 회사에서 수많은 자금 흐름을 관리하던 내가 정작 내 현금 흐름에는 무심했던 건 참 아이러니하다. 돈에 대한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이, 내가 가진 지식조차 나에게 적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은 기록과 습관, 그리고 실천이 모여 내 돈에 대한 태도를 바꿔놓았다. 이제 나는 돈을 멀리서 막연히 두려워하는 대신,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