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는 사람

by 설온새벽

내가 <오프더레코드 광안리>에 가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광안리의 한 바에서 친구와 위스키를 마신 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었을 때 하나의 홍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엔드 오디오 리테일가 3억 원.”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생각이 멈췄다. 3억짜리 오디오에서는 대체 어떤 소리가 날까? 그 단순한 호기심 하나로 나는 리스닝바의 문을 열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말 그대로 압도적인 사운드가 나를 감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의 밀도, 공간을 가득 채우는 깊이.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곳에서는 인당 두 곡씩 카카오톡으로 신청곡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신청한 노래가 나오면 매장 한가운데에 있는 청음석에 앉아 그 곡을 온전히 듣는다.



그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악기 하나하나의 위치, 보컬의 미세한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정말로 ‘나만을 위한 콘서트’에 가깝다. 소리를 듣는다는 감각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이런 리스닝바를 만든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여러 번 방문하며 알게 된 이야기들이 있다. 사장님은 삶에서 굉장히 아프고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때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경험했던 그 치유의 순간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만들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분명히 그 순간을 경험했다.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으며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몸으로 실감했다. 살아 있어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감사해졌다. 그래서 이곳은 2025년의 특별한 경험이 되었고,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사장님은 언제나 오디오에 진심이다. 가끔 방문할 때마다 장비는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어 있고, 어떻게 하면 더 감동적인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요?”라고 말하면 사장님은 이렇게 답한다. “저는 저 자신과 경쟁해요. 전국 최고 수준의 리스닝바라는 것에 프라이드가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가게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감각을 매일 갱신하며 살고 있구나.



이 공간을 운영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귀는 이미 이 사운드를 듣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사장님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큰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이 리스닝바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어쩌면 이 사람은, 소리를 다루는 일을 넘어 사람을 다시 살아있게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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