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나답게 살아왔다

모든 시기의 나에게 고마움을 보내며

by 루시아 Lucia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다.

답은 언제나 같다.

인생의 어느 시기든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그 최선의

모양이 시기마다 달랐을 뿐이다.


10대의 나 - 성취감으로 성장한 시절

10대의 나는 공부가 재밌었다.

특별히 다른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일에 집중

하는 게 좋았고 입시라는 목표는

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하 달려 나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수험생활이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결과보다

과정에 몰입해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

아니더라도 나에게 필요한 결과는

반드시 온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 경험이

무엇이든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든 토대가 되었다.


20대의 나 - 가장 나다왔던 찬란한 시절

대학생이 된 나는 "무엇이든 꿈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라고 믿었다.

그건 단순한 자기 최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세상 앞에서 주저한 적이 없었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었다.

의심도 두려움도 없었던 그 시절의 나는

아마도 가장 찬란했을 것이다.


졸업 후 가고 싶던 대기업에 입사했다.

해외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작은 외교관이라 여겼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 새로운 사람들.

그 모든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다.


일개 회사원 주제에 그 시절의

나는 순수했고 열정 그 자체였다.

야근을 해도 피곤함보다 배움의 기쁨이

더 컸다. 주말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회사 일이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시절,

나를 가장 성장시킨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일도 잘하지만 마음도 따뜻했던 선배들.

밤늦게까지 함께 일하면서도 항상

후배를 먼저 챙기던 선배들의 신뢰와

격려 덕분에 나는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배',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고 싶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최고의 성과를 추구하되

일을 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볼 줄 아는

능력 있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그런 리더가 되고 싶어졌다.


30대의 나 - 사랑으로 성숙해진 시절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의 미소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고, 작은 손을 잡고 걷는 그 순간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도전과 함께 왔다.

"왜 아무도 이렇게 힘들다고 말 안 해줬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린 날이 많았다.


어린이집 앞에서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참 많이 도 울었다.

해외 출장을 가려고 공항 리무진에 탔는데

아이가 열이 난다는 전화를 받고

버스 안에서 숨죽여 울기도 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는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줬지만

정작 나 자신은 매일 부족하다고 느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바로 인생은 내가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사정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엄마가 된 나는 이전에는 몰랐던

사랑과 행복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을 만큼 바쁘고

또 그만큼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나 - 나에게 주는 선물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그 시절의

우선순위 1위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학생일 때는 공부에,

직장인일 때는 일에,

엄마일 때는 아이에게.

역할이 늘어나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매 순간 나는 진심이었고, 그 진심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며,

나만의 시간이 조금씩 생겼다.

누군가는 '이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시기'

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나는 결고 '잃어버린 나'가

아니다. 그때의 나도 나였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그 모든 순간의 나에게 감사한다.


물론 여전히 아이들은 내 손을 필요로 하고

나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조금은 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나를 돌보는 시간.

이건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그동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세상이 궁금하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아직도 더 성장하고 싶다.


다만 "인생은 추억 쌓기 여행이니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면서 살거라."

라고 엄마가 항상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제는 치열하고 완벽한 하루보다는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를 살려고 한다.


10대의 나, 30대의 나, 30대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모두에게 고맙다 말해주고 싶다.


그 모든 내가 모여

오늘의 빛나는 나를 만들어 주었듯이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내가 고맙다

말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멋지고 행복하게, 나답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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