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나를 응원하며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회사 가기가 싫어질 수 있을지 몰랐다.
다른 건 다 괜찮다.
사람들도 좋고, 일도 좋고, 회사도 좋은데
그 사람 한 사람 때문에
"아, 이직해야 하나?"
이 말이 생각이 들 정도다.
나를 평가절하하고,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가시가 돋아 있고,
내 판단을 하나씩 끌어내리는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심지어 나의 고과권자일 때 느껴지는
그 답답함, 암담함, 분노, 처절함.
겪어본 사람만 안다.
진짜로.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이런 생각으로 흘러들어 간다.
"아, 내가 부족한가?"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
"내가 더 맞춰줬어야 하나?"
"아, 그냥 내가 참을걸..."
"그냥 생각이란 걸 하지 말고
의견도 내지 말걸..."
그렇게 자책이 이어지면서
극도의 우울함이 찾아온다.
살아보겠다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친한 사람들과 약속도 잡아보고
책도 읽고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도
찾아보고, 별 짓을 다 해보지만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그 우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으면?
내년도 업무계획이고 뭐고
"아, 진짜 내가 다른 데를 가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이어진다.
"아니, 왜? 왜 내가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회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떠나야 하지?"
이 답도 없는 생각의 반복 속에
우울함은 더 깊어지고,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매주 한 편의 브런치 글을 쓰겠다고
스스로와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힘마저 없어진 것도 너무 괴롭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루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던 일상에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은 안 할 수 없으니 주중에는
그냥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틴다.
이기려는 마음이 아니라
잠식당하지는 않으려고
에너지를 긁어모아서 힘들게
버티고 또 버티며 해낸다.
그러다 주말이 되니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 되어버린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들은 노래 하나가
지난 한 주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전영호의 《Better-Fly》。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 준 세상이란 손쉽게 다가오는
편하고도 감미로운 공간이 아냐.
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작은 날갯짓에 꿈을 담아.
조금만 기다려봐, Oh my
반주 없이 나오는 이 도입부를
듣자마자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그냥 '툭' 하고.
근데 그게 하루가 아니었다.
일주일 내내 아침마다 그랬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 스스로도 너무 당황했다.
그제야 알았다.
아, 나 지금... 진짜 많이 힘든 상태구나.
그래서 점심엔 일부러 약속을 잡고
이어폰 꼭 챙겨 다니고
힘들 것 같으면 바로 음악 듣고
그렇게 하루하루 버텼다.
그런데 주말이 되니까 또 이렇게
그로기 상태가 돼버린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별 의미도 없을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화가 난다.
내년이라고 해서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상황이니 결국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자존감 높은 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가 타인에 의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스스로 이해도 안 되고 속상하고,
부끄럽고, 또 화가 난다.
그래도 나는,
이겨낼 것이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 한 끼 하면서
수다로 털어 버리면서
이 우울한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이겨내 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딱 한 사람 때문에
소중한 나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다.
좋은 주제로 인사이트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인생의
고통스러운 순간 힘들어하는 나를
글로 남기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나 또한 나이기에,
오늘도 살아보려고 버텨내 보려고
애쓰고 발버둥 치는 나,
그 와중에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남겨두려 한다.
이 글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
"아, 나 그래도 잘 버텼구나"
그렇게 나를 안아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나를 부끄럽지만 글로 남겨본다.
주체적으로 실행할 권한을 주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왜 진척이 없냐고 피드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무슨 자격과 기준으로
나의 업무 성과를 평가한다는 건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상사가 처음이라는 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좋은 분들을
상사로 만나왔는지를 반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반면교사로 삼아보려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오늘도, 또 내일도 노력하며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도 버티고 있는 모두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괜찮아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정말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