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타협하지 않는 리더

일하는 태도가 결국 삶의 태도가 된다

by 루시아 Lucia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회의실에서 누군가 던진 그 말에

차장님(나중에 상무님이 되신)이

조용히 고개를 저으셨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게 아니잖아요."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

진짜 프로는 '적당히'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일할 것인가

신입사원 시절, 나는 운이 좋게도

사수 선배님을 따라 여러 부서가

함께 추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거기서 프로젝트

리더셨던 차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입사할 때는 잘 몰랐다.

회사생활이 이렇게 치열하고

동시에 이렇게 짜릿할 수 있다는 걸.


다른 팀 동기들이

"야, 뭐든 적당히 해,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만 손해야"

"그 정도면 충분해, 더 할 필요 없어"

라고 말했지만, 우리 팀은 달랐다.


차장님은 늘 물으셨다.


"이게 최선입니까?"

"정말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신입인 내가 뭘 안다고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차장님은 기다려 주셨다.

그리고 함께 고민해 주셨다.

제대로 일한다는 것

차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나는

'제대로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그건 단순히 오래 일하거나

많은 양을 처리하는 게 아니었다.


진짜 제대로 일한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당장의 성과가 아닌

진짜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동시에 시작한 다른 프로젝트 팀들이

우리 팀보다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내니 내 마음이 다 급해졌다.


"우리도 저렇게 하면 되지 않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차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쉽게 가려고 생각하면 쉽게 갈 수 있지만,

그러면 당장 6개월, 1년 후에

프로젝트 또 해야 할 겁니다.

시작할 때 조금 더 시간 들여서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3년, 5년 어쩌면 10년도 거뜬합니다.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책임지는 시스템은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늦게까지 남아서 일했다.

주말에도 나와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느꼈다.


'아, 이게 진짜 일이구나. 이게 내가

회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구나.'


일이 재미있어지는 순간

프로젝트가 완성됐을 때의 그 벅참.


몇 년 뒤, 해외 법인에 출장을 갔을 때

모든 법인들이 우리가 만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일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그 뿌듯함.


사원, 대리 시절 이렇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기여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그 경험 덕분에 나는 회사생활이

재밌을 수 있고, 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까지

내가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큰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보이기 시작한 것들

연차가 쌓이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됐다.


일은 많이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별 성과가 없는 사람.


잘 모르면서 아는 척, 잘 못하면서 잘하는 척,

회사를 위한다며 사리사욕만 채우는 사람.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만 골라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는 사람.


단기 성과만 쫓으며

팀을 소진시키는 사람.


그리고 놀라운 건,

그런 사람들이 때로는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거였다.


진짜 제대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실행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겉보기에만 화려한 보고서를 만들고,

그럴싸하게 임원들에게 보고해서

보고서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을 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바보 같은 건가?

나만 손해 보는 건가?'


그래도 나는

자괴감이 들 때마다

나는 그 차장님을 떠올렸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부장,

상무까지 승진하신 후에 지금은

은퇴하셔서 회사에 안 계시지만,

그분이 보여주셨던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


타협하지 않고, 최고를 지향하며,

근본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그분이 함께했던 프로젝트들은

지금도 회사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제대로 일하고 싶으면 저 팀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였고,

당장의 성과는 더딜지 몰라도 결국에는

가장 큰 임팩트를 만들어냈던 팀.


그걸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니야, 내가 바보 같은 게 아니야.

이게 맞는 거야.'


일하는 태도가 삶의 태도가 된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적당히 해, 너만 손해야."

"대충 해도 아무도 몰라."

"그 정도면 됐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심지어 고고한 척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일이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어떤 일이든 나답게, 완성도 높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 스스로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우리는 회사를 위해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일하는 거라는 것을.


그리고, 대충 일하면 대충 사는 사람이 되고,

제대로 일하면 제대로 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등대 같은 리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분을 떠올린다.

저 멀리서 빛나는 등대처럼,

제대로 일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셨던 그분을.


비록 지금은 은퇴하셔서 함께

일할 수는 없지만, 그분이 증명해 보이셨다.

타협하지 않고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결코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정말 멋진 거라는 것을.


나답게 일하는 것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물어올 때,

나는 이제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다.


"아니요,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함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힘들 때도 있다.

외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렇게 일하는 것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고,

그게 결국 가장 멋진 것이라는 걸.


신입사원 시절, 차장님이 내게 보여주셨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등대가 되고 싶다.


타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제대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지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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