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의 진짜 의미를 배우다
"출장 가서 우리 회사 매장, 경쟁사 매장
다녀오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하나는 꼭 다녀오세요.
그리고 현지에서 제일 좋다는 식당에 가서
가장 유명한 음식도 먹어 보고요."
유럽, 미국, 동남아로 팀을 꾸려 해외출장을
준비하던 자리에서 팀장님께서
마지막으로 당부하듯 남긴 말이었다.
입사 후 선배들을 따라 몇 번 해외출장을
가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리더는 처음이었다.
나는 속으로 조금 의아했다.
'출장 가서 박물관 갈 시간이 있을까?'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팀장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단순히 회사 사무실에서 일만 할 거면
콘퍼런스 콜로 해도 됩니다.
출장까지 가는 이유는, 전화나 문서로는
절대 알 수 없는 현지의 문화와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서예요.
그게 결국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전략 수립과 실행에도 활용될 겁니다."
그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렇게 말한다.
"출장 가서 업무 집중하고 빨리 와."
시간과 경비를 아끼고
성과는 바로 내라는 뜻이다.
하지만 팀장님은 달랐다.
"주말에 이동하게 되면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어서 미안하지만, 출장 앞뒤로
하루 이틀이라도 시간을 내서
꼭 현지 문화 체험을 하고 오세요.
그게 회사가 여러분을 해외출장을
보내는 이유고, 투자이기도 합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줄여가며 보내는 출장이니,
업무도 열심히 하되 반드시 현지 문화
또한 제대로 경험하고 오라고 하셨다.
그것이 진짜 출장의 목적이라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장 중, 바쁜 시간을 쪼개
팀원들과 함께 방문했던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봤을 때의
벅찬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물로 마주했을 때 느꼈던 압도감,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현지 사람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자부심.
그 모든 것이 그 도시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왔는지 말해주었다.
현지 최고급 식당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벽과 천장에 모차르트와 괴테의 싸인이
남아있는 전통 있는 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즐기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이 도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팀원들과 현지 문화와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도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팀워크도 더욱 단단해졌다.
팀장님은 출장지를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그곳의 공기와 문화, 사람들의 일상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기회로 보셨다.
그리고 그 경험은 실제로 이후 전략회의에서
살아 숨 쉬는 인사이트가 되어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팀장님은 언제나
더 멀리 보시고, 더 큰 비전을 이야기하셨다.
많은 리더들이 당장의 성과와 효율만 강조할 때,
팀장님은 팀원들이 세상을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조언과 지원을 해주셨다.
"일만 해라"가 아니라 "더 많이 보고, 경험하고,
이해해라. 그리고 그 경험을 업무에 담아내자."
라고 하셨다.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원을 진짜
성장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거다.
덕분에 나는 출장 전 그 나라의 역사, 문화,
현지 이슈를 미리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출장지에서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시간과 경험들을 통해 세계 어디를 가도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협업할 수 있는
글로벌한 마인드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장님이 특별했던 이유는
일만 강조하지 않으셨다는 점, 그리고
언제나 '왜'를 함께 설명해 주셨다는 점이다.
왜 박물관에 가야 하는지.
왜 현지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지.
왜 이것이 회사의 투자이자
팀원의 성장 기회인지.
그리고 그런 경험을
우리 비즈니스와 프로젝트에
어떻게 연결할지 늘 화두를 던져주셨다.
사람은 지시만 받으면 수동적이 되지만,
의미를 이해하면 스스로 움직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더 잘하고 싶어진다.
그런 리더가 있는 조직은 유연해지고,
팀원들은 서로의 노력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협업하게 된다.
그래서 팀장님이 이끄신 우리 팀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한
생기 넘치는 조직이 될 수 있었다.
사실 고백할 게 하나 있다.
1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
2편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법〉
3편 〈일을 넘어 세상을 보게한 리더〉
놀랍게도 이 세 글 속 팀장님은
모두 같은 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 아이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물어주셨던 분.
여사원 석식 후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정성스럽게 음식을 포장해 주셨던 분.
신뢰를 얻으면 일이 재밌어진다며
중요한 조언을 주셨던 분.
그리고 출장이 단순히 일이 아니라
세상을 배우는 기회라고 가르쳐주셨던 분.
팀장님 한 분이 이 모든 것을 보여주셨고
그런 팀장님이 항상 나를 믿고 응원해 주셨다.
팀원을 사람답게 대하는 따뜻한 마음.
단순히 당장의 성과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보고 더 멀리 내다보는 혜안.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려 했던 마음.
이 모든 것을 그 한 분이 보여주신 것이다.
주니어 시절 거의 10년을 이런 리더 밑에서
보냈다는 것은 내게 더없이 큰 행운이었다.
단순히 회사 업무를 배운 시간이 아니라,
팀원으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
'인생 공부'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위치에 있다.
아무리 바빠도 일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과를 내도록 하되
그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을 후배들에게도 나눠 주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후배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세상을 크고 멀리 보는 혜안,
인간적인 따뜻함과 업무 능력.
그 모든 것을 갖춘 리더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리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팀장님과 함께 일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배움이었기에
오늘도 나는 팀장님께 배운 것들을
실천하며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내가 팀장님을 떠올리는 것처럼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