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

작은 관심이 큰 리더십이 되는 순간

by 루시아 Lucia

"OO이, 잘 지내지?"


엘리베이터에서 팀장님과 마주친 순간,

그분이 건넨 그 한마디에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OO이.


내 아이 이름이었다.


회사 사람들 중 누구도

내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하지 않았다.

나도 먼저 묻지 않으면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아이, 집, 주식처럼

회사 일 외의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은근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고,

업무가 바쁘다 보니 서로의 아이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항상 그 팀장님이 계신다.


회사생활 초기,

나는 그분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그 한마디가 더 깊게 와닿았던 이유

그때는 지금보다 여성 인력도 적었고,

육아휴직을 쓰는 일도 흔치 않았다.

특히 내가 있던 본사 조직은 더 그랬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 가지 마”라며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 놓고 출근해야 했고, 혹시라도

"아이 키우느라 일은 예전만큼 못하겠지?"

라는 시선을 받을까 봐

늘 긴장했고, 더 열심히 일했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 반차를 내야 하는 날이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그게 또 그렇게 서러웠다.

그랬던 시기에 팀장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물어보신 거다.


“OO이 잘 지내지?”


언제 아이 이름을 말씀드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스쳐 지나간 대화였을 텐데

그분은 그걸 기억하고 계셨다.


백 명이 넘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팀원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한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 ‘마음’이었을 거다.


나는 “네, 잘 지냅니다”라고 대답하고

화장실로 가서 조용히 한참을 울었다.


사실 그때 왜 그렇게 갑자기 눈물이

난 건지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여러모로 버티고 있던

긴장감과 말하지 못하던 마음이

팀장님의 따뜻한 안부인사 한마디에

팡 하고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일도, 아이도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응원해 주시는

팀장님의 마음이 전해지면서 힘들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날 나는 알았다.

‘아, 이분은 나를 도구로 보지 않는구나.

나라는 사람 자체를 생각해 주시는 분이구나.’


회식 자리에서 드러난 또 다른 배려

그 따뜻함은 다른 순간에서도 드러났다.


우리 팀에 여성 인력이 많지 않아

여사원 석식을 따로 진행했었는데,

그날 석식이 끝나고 나가는 문 앞에

황금빛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음식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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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남편,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어떤 분이든

집에서 아이 봐주시고, 가정을 돌봐주셔서

여러분들이 마음 편히 회사 와서 일하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드리는 제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팀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팀장으로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말씀 꼭 전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이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그시절 회사에서 육아 이야기는 늘 조심스러웠다.

육아로 인해 연차를 쓰거나 조퇴를 하게 되면

변명처럼 들릴까 봐 괜히 눈치가 보였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달랐다.

팀원들의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가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분이셨다.


집에 와 남편에게 포장된 음식을 건네며

팀장님의 말씀을 전했을 때

남편도 깊이 고마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리더십

돌이켜보면 팀장님은

언제나 ‘사람’을 먼저 보는 리더셨다.


성과는 기업에서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 사람의 ‘삶’을 먼저 이해하려는

리더는 매우 드물다.


그분은 팀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 무엇에 애쓰고 있는지,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는지 살펴봐 주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그분의 칭찬은 마음을 울렸고,

그분의 피드백은 날카로워도 비난이 아닌

‘배움’이 되어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많은 리더들이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람을 도구처럼 대할 때도 있다.

희생을 태워 만든 성과는 절대 오래가지 못하고

그런 조직의 불꽃은 금방 타올라 사그라진다.


반면,

구성원의 삶이 충만하고

리더에게 신뢰를 느끼는 조직은

불꽃이 조금 더디게 타오를지라도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장님께서 보여준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것이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비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볼 때면

그때 팀장님이 해주신 말씀들이 떠오르고

아직도 나에게 큰 위안과 응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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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조용한 다짐

이제는 나도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위치에 있다.

팀장님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만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후배들과 밥을 먹을 때면

아이들 이름을 물어보고 기억해 둔다.

그리고 다음 만남에서 안부를 물어본다.


“○○은 잘 지내지?”


진심을 담은 작은 안부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리더.

성과 이전에 ‘사람’과 ‘삶’을 먼저 떠올리는 리더.

팀원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감사할 줄 아는 리더.


나는 그분을 통해

좋은 리더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처음 배웠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이자 리더가 되기를,

그분의 따뜻함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기를

조용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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