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리더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나쁜 경험이 좋은 리더를 만든다

by 루시아 Lucia

최근 가까운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 나 진짜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화가 난 건지, 억울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만나서 들어본 이야기는 이랬다.


드디어 그 친구를 힘들게 하던 부서장이

다른 부서로 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이제 좀 편하게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지난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부서장이 평가해 놓고 간 내용을

새로 온 부서장과의 면담에서 들었는데,

그 평가가 본인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고 했다.


기존업무에 작년에 부서를 떠난

동료의 업무까지 고스란히 떠안았고,

조직 문화 활성화 업무까지

누구나 인정할 만큼 해냈다고 생각했기에

평가 결과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상위 부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단다.

그분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내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일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었다고.


평가는 이미 끝났지만,

앞으로를 위해 배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본인이 출근하기도 전에

이전 부서장이 상위 부서장을 찾아와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설명하고 갔고,

그 내용을 새로 온 부서장이 전해줬다고 했다.


“전 부서장님이 오셔서 ○○ 프로가

왜 상위 고과를 못 받았는지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해 주고 가셨는데, 그중 첫 번째가

‘일을 소극적으로 해서’라고 하셨어요.”


혹시 강점이나 잘한 점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지

물어봤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나 태어나서 소극적이라는 말,

정말 처음 들어봤어.”


그 말에 담긴 당혹감과 분노가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내가 아는 그 친구는

매우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일하고,

문제가 보이면 해결책을 찾고,

진취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친구의 그런 점을 높이 평가했었다.


무엇보다도 고과를 못주는 이유는

3가지나 정리해서 왔다면서 신임 부서장에게

그 친구의 강점이나 잘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친구보다 더 화가 났다.


건설적인 피드백이란 이런 게 아니다.


“이런 부분은 정말 잘했고,

이런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쉬웠고,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해줬다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받은 것은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단순한 지적뿐이었다.


친구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외부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 될 것 없는 표현 하나를 두고

과도한 지적을 받았던 일.


회사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지시에

바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받았던 일.


회의내용을 공유하라고 했다가,

공유하지 말라고 했다가,

다시 왜 공유하지 않았냐고 묻는

일관성 없는 지시 속에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되었던 일.


그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부서장이라는 자리는

업무를 지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리더로서의 역량 문제이고

자질의 문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나쁜 리더는 사람을 위축시킨다."


처음엔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던 사람도

비아냥과 불명확한 지시,

일관성 없는 태도 속에서는

점점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게 되고,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그렇게 만들어 놓고

“소극적이다”라고 평가하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일은 없다.


나는 이런 리더가 될 것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다짐했다.


첫째, 피드백은 반드시 균형 있게 하겠다.

잘한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함께 말하고,

잘하는 부분은 어떻게 더 키울 수 있을지,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겠다.


사람은 인정받을 때 성장한다. 그리고,

못하는 것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사람을 더 크게 성장시킨다는 걸

잊지 않겠다.


둘째, 불편한 이야기일수록

직접 대면하겠다.

뒤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피드백만큼

비겁한 건 없다.


셋째, 일관성을 지키겠다.

오늘과 내일이 다른 리더를

어떻게 믿고 일할 수 있을까.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태도는

신뢰의 기본이다.


넷째, 팀원들을 위축시키지 않겠다.

지적이 필요하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깎아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존중을 전제로 한 1:1 대화를 선택하겠다.


다섯째,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키우고,

나쁜 리더는 사람을 쓴다.

나는 사람을 키우는 리더가 되고 싶다.

내 팀원들이 더 적극적이고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너무 속상하겠지만, 많이 배웠다 생각하자.

이번일, 반면교사 삼아서 우리는 그러지 말자.”


좋은 리더를 보며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리더를 보며 “저렇게는 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는 것 또한 성장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앞으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될 때마다

오늘의 이 이야기와 감정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단단하게 다짐해 본다.


나는, 절대 저런 리더가 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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