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함께 일하는 후배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몇 년이 지난 뒤, 내 이름을 떠올릴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그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더 잘하고 싶어진다.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 마음만큼은 놓고 싶지 않아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선택의 순간들이 온다. 현실에 맞춰 변할 것인가, 내가 믿는 방식대로 일할 것인가.
나는 오래 고민한 끝에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회사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 방식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기준은 단순하다.
실력으로 일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실력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실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의 공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포장은 잘하지만 실질이 없는 사람,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을 보며 나는 늘 생각했다. 저건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누군가의 마음속에 좋은 리더로 남을 수 없다고.
진심은 더 중요하다.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리더 곁에서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가 쥐어짜지고 버려지는 느낌만 남는다. 나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
성과를 내는 방식에서도 사람을 잃지 않는 리더. 그것이 내가 지키고 싶은 선이다.
이 브런치북을 쓰면서 나는 내가 만났던 리더들을 오랫동안 다시 들여다봤다. 그분들을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성과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사람으로 대해줬기 때문이었다.
아이 이름을 기억해 주셨던 팀장님의 그 한마디. "이 정도면 됐다"는 말을 끝내하지 않으셨던 차장님의 뚝심. 자정이 넘도록 일하다 실수한 나를 따라 나와 커피를 건네주던 대리님의 따뜻함.
그런 작은 배려 하나, 믿어주던 눈빛 하나, 조용히 건네던 말 한마디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좋은 리더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존경하고 싶고, 따라 하고 싶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리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기준을 지키려고 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후배의 공을 온전히 인정하려 했고, 쉬운 길 앞에서 타협하지 않으려 했고,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만큼은 잃지 않으려 했다.
좋은 선배들에게 받았던 따뜻함을 기억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함께 일했던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분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다워질 수 있었다. 그분과 함께 일했던 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았던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고 싶은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