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분은 나와 상황이 다르니까, 온전한 나의 롤모델이 될 수는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오랜 고민이 하나 있었다.
"나는 누구를 롤모델로 삼아야 할까"
일과 육아를 함께 병행하며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온전히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분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어떤 분은 아이가 없었고, 어떤 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늘 상황이 조금씩 달랐다.
괜찮은 롤모델을 찾은것 같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나와는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걸 알게 되었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롤모델을 찾다 찾다, 결국은 찾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민을 들은 친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왜 롤모델을 찾아? 네가 그 롤모델이 되면 되잖아."
순간, 뭔가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완전히 같은 조건에서, 같은 선택을 하며,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기 어렵다. 누구나 각자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여자라서도, 육아를 병행해서도 아니었다. 남자든 여자든, 어떤 나이 든, 완전히 똑같은 조건의 롤모델을 찾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만의 작은 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방향이 달라졌다. 누군가 한 사람을 롤모델로 정하기보다, 여러 사람에게서 배우기로 했다. 좋은 리더에게서는 태도와 기준과 장점을 배우고, 나쁜 리더에게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모아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갔다. 내가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도 조금씩 선명해졌다.
실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 위에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 좋은 선배이자, 든든한 동료이자, 때로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 함께 일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사람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곳에서 만나 긴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모두와 친밀하게 지내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것.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제 롤모델을 찾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된다고. 누군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에서, 내 방식으로,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을 지켜가면 된다고.
흔들릴 때도 있을 것이다. 기준을 놓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완벽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처럼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을 놓지 않는 한,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롤모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