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
彼我_ 作
친구, 잘 있었는가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그려
동갑내기 종연이를 일찍 떠나보내고
나 역시 갑자기 터진 전쟁 소식에
자네에게 인사도 못하고 허겁지겁 피난을 갔더랬지
그래도 자네 곁에
경성 형님이 오랜 날 함께 했단 말 전해듣고
내 조금은 위안을 삼았네만,
함께 해주지 못한 먹먹한 마음은 여전하다네
홀로 그 오랜 세월...
어찌 보냈는가
희끗희끗해진 머리며 초췌하고 빛바랜 안색에
여기저기 불에 그슬린 화마자국을 보니
이런이런, 나도 늙어 주책인가 보군
안쓰러움에 눈물이 다 나는 것 보게나
많이 외롭진 않았는가
지척에 두고도 곤궁한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애써 모른 척 했나보이
그저 한 걸음 떼면 바로 만났을 것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옛 일을 나눴을 터인데
늦게나마 이리 찾아온 무심한 벗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게나
얼마 안가
자네도 나도 이곳을 떠날 때가 올테지
암, 이제 우리도 그런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슬프진 않네
내 오랜 벗 자네가 있지 않나
그 때까지 지난 세월 하지 못한 회포나 풀어보세
요 앞 흐르던 개천에서
다함께 뛰놀던 그 때로 돌아가보지 않겠나
고단했던 삶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자네,
편히 쉴 때도 되었지
오랜 시간 압박해온 정체성의 굴레도
쉼 없이 달려야했던 의무감도
전부 내려놓아도 괜찮다네
그 누가 자네에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고생많았네
자네, 정말 고생많았어
이제 그만 마음 편히 쉬게나